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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스포츠처럼 내달린 ‘노무현의 명랑 정치’

등록 2022-05-26 10:59수정 2022-05-26 11:10

인터뷰ㅣ연극 ‘초선의원’ 작가 오세혁
“세상과 부딪치는 걸 두려워 않고
전력질주한 빛나는 시절의 이야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선 의원 시절 다룬 연극 <초선의원> 오세혁 작가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선 의원 시절 다룬 연극 <초선의원> 오세혁 작가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초선 국회의원 노무현’의 좌충우돌과 전력질주를 각종 스포츠 경기와 버무려 명랑 필치로 그려낸 ‘정치 스포츠 연극’이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를 맞아 눈길을 끌고 있다. 다음달 3일 서울 대학로 티오엠(TOM) 2관에서 개막해 한달간 이어질 연극 <초선의원> 얘기다. 이 작품의 극작가 오세혁(41)은 “정치인 노무현이 가장 밝게 빛나고 유쾌했던 시절의 얘기”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지난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그를 만났다.

이 연극에서 정치와 스포츠를 이어주는 고리는 다름 아닌 88서울올림픽이다. 1988년, 노무현은 초선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시작해, 그해 연말 5공 비리 청문회를 뜨겁게 달군다. 온 나라가 올림픽 열기로 달떠 있던 해였다. “정치와 스포츠가 얽혀 있던 시기란 점에 착안했어요. 거의 모든 장면을 스포츠에 빗대 그렸어요. 진지하고 심각한 얘기지만 무겁지 않게 하려고요.” 오세혁은 “그분(노무현) 생각하면 슬픔과 그리움이 있지만, 관객들에겐 즐거움과 시원함을 드리고 싶은 게 첫번째 목표였다”고 했다.

무대는 시공을 넘나들면서도 열혈 변호사 ‘최수호’(성노진·김대곤)의 삶의 궤적을 따라 흐른다. 노사분규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구속의 계기가 되었던 1987년 거제도 대우조선소에 등장하더니, 국회의원이 되어 국회 5공 비리 청문회 현장에 나타난다. 노무현의 청문회 발언은 극 중에서 실제 속기록대로 최수호의 대사로 구현된다. 전두환의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선 의원 시절 다룬 연극 &lt;초선의원&gt; 오세혁 작가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선 의원 시절 다룬 연극 <초선의원> 오세혁 작가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극의 흐름 사이사이 마라톤과 레슬링, 탁구와 하키 등 스포츠 종목이 끼어든다. 경기가 펼쳐지는 게 아니라 특별한 장치나 소품이 없이 그저 10명 남짓한 경기 전담 배우들이 선수들처럼 뒹굴고 달리며 온몸으로 연기할 뿐이다. 국회 몸싸움 장면에선 레슬링 하는 배우가 등장하고, 탁구공으로 변신한 배우는 탁구대 양쪽을 왔다 갔다 한다. “말보다 몸짓이 더 뜨겁게 다가갈 때도 있을 거예요. 러닝타임 90분 내내 배우들이 100m 달리기하듯 내달리게 될 겁니다.(웃음)”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대본을 쓰고 연출도 해온 오세혁은 정치나 시사적인 소재를 능란하게 풀어왔다. <보도지침>, <괴벨스극장>, <국가보안법>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이번 작품도 연극 <보도지침>을 인상 깊게 봤던 한 제작자와 의기투합해 만들게 됐다.

3년 전이었다. 교사직을 퇴직하고 연극 제작에 뛰어든 극단 ‘웃는 고양이’ 오수현 대표가 운명처럼 찾아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연극을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한다. “언젠가 그분(노무현) 얘기를 써보려고 틈틈이 자료를 모았는데 제안을 받은 거예요. 초선 시절을 유쾌하게 다뤄보자는 제 의견에 제작자도 흔쾌히 동의하시더군요. 마음이 통했던 거죠.” 연극은 ‘웃는 고양이’와 네버엔딩플레이 공동 제작이다.

포스터.
포스터.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뭘까. “누구나 세상과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전력질주하는 때가 있잖아요. 자료를 봤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겐 그게 초선의원 시절이더라고요. 누구나 그런 순간들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저부터 찾아보려고요.”

연출은 극단 ‘불의 전차’를 이끄는 변영진이 맡았다. 그가 왜 직접 연출을 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이 작품의 콘셉트가 땀으로 범벅돼 뒹굴면서 전력으로 질주하는 거잖아요. 이런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변영진 연출가라고 생각했어요. 배우 캐스팅도 그렇고요.”

오세혁은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이 컸다. “일단 연극 먼저 시작을 한 겁니다. 뮤지컬로 하는 것도 열어놓고 있고요.” 노무현을 다룬 <초선의원>이 1탄이라면 김대중의 감옥 생활을 다룬 2탄도 계획 중이란다. “앞으로 현대사의 주요 인물들 얘기를 코믹 터치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영어 공부를 하면서 시대와 사회를 논하는 작품이라면 어떨까요?”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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