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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안중근 무대서 보는 군무 압권...5년 만에 만난 ‘파드되’도 기대

등록 2022-06-07 09:00수정 2022-06-07 09:19

12회 발레축제 개막작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서
이동훈·김지영 다시 호흡…국립발레단 수석 출신
“다큐 찾아보며 연구”- “아내 기록없어 상상력 동원”
오는 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대한민국 발레축제 개막작인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의 발레리나 김지영, 발레리노 이동훈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연습실에서 리허설 연습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는 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대한민국 발레축제 개막작인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의 발레리나 김지영, 발레리노 이동훈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연습실에서 리허설 연습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새처럼 높게 날아오른 발레리노와 발레리나는 사뿐사뿐 가볍게 착지했다. 발바닥이 마룻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는 무용수들의 가쁜 숨소리보다 작았다. 지난 1일 서울 예술의전당 발레 연습실. 엠(M)발레단의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주역은 이동훈(36), 상대 배역은 김지영(44). 발레 애호가라면 익히 아는 이름이다. 두 사람 이름만 보고 공연장을 찾는 이도 많을 것이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인 두 사람은 여러 작품에서 명콤비를 이뤘다. 두 무용수가 퇴단 이후 처음으로 다시 호흡을 맞추는 자리가 이번 무대다.

“동훈이는 워낙 재능이 뛰어났고 스타성이 두드러졌어요. 스타성은 타고나는 거거든요. 데뷔 때부터 팬들이 많았어요.” 김지영은 “동훈이가 미국에서 고생하다가 무대로 돌아와서 그런지 이제는 깊이가 더해진 것 같다”고 했다. “지영이 누나는 스승에 가까워요. 내가 입단할 때부터 이미 톱클래스였지요.” 이동훈은 “누나와 거의 모든 작품을 같이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며 웃었다. 5년 만에 같은 무대에 선다는 두 사람은 오누이처럼 정다워 보였다.

오는 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대한민국 발레축제 개막작인 &lt;안중근, 천국에서의 춤&gt;의 발레리나 김지영, 발레리노 이동훈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는 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대한민국 발레축제 개막작인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의 발레리나 김지영, 발레리노 이동훈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 작품은 ‘순도 100% 창작 발레’다.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을 거친 문병남(61) 엠발레단 대표가 안무를, 양영은 연출이 대본을 맡았다. “대한독립의 함성이 천국까지 들려오면 나는 기꺼이 춤을 추면서 만세를 부를 것이오.” 안중근 의사의 이 유명한 유언이 이 작품의 모티브를 이룬다. 뤼순 감옥, 하얼빈역 의거 현장, 러시아 연해주 의병활동 등 8장으로 이뤄졌다. 2015년 초연됐고, 지난해 개작과 올해 부분 수정을 거쳤다. 대한민국 발레축제(6월9~29일) 개막작으로, 9~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씨제이(CJ)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발레 작품으로는 드물게 남성 출연자가 더 많다. 출연자 28명 가운데 남성이 15명이다. 그래서인지 파워 넘치면서도 절제된 남성 군무가 압권이다. 이동훈과 김지영이 함께 추는 ‘2인무’(파드되)는 팬들이 고대하는 장면이다. 결혼식과 마지막 장면 등 두 차례 선보인다. 화려한 춤사위가 펼쳐지는 이토 히로부미의 통감 취임식도 눈길을 끈다. 음악은 작곡가 나실인, 김은지가 이 발레를 위해 만든 창작곡과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에 나오는 ‘아다지에토’ 등 기존 작품들이 번갈아 흐른다.

오는 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대한민국 발레축제 개막작인 &lt;안중근, 천국에서의 춤&gt;의 발레리나 김지영, 발레리노 이동훈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연습실에서 단원들과 함께 리허설 연습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는 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대한민국 발레축제 개막작인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의 발레리나 김지영, 발레리노 이동훈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연습실에서 단원들과 함께 리허설 연습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안중근이란 위대한 인물을 잘못 표현하면 안 되잖아요. 부담이 컸어요.” 이동훈은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보면서 캐릭터를 연구했더니 이제는 좀 감정이입이 된다”고 했다. 그에게 이 작품은 의미가 각별하다. 미국으로 떠났다가 다시 무대에 서는 ‘복귀작’이다. 그는 2008년 국립발레단 입단 3개월 만에 주역을 따낼 정도로 주목받는 발레리노였다. ‘비보이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에 준수한 외모, 타고난 유연성이 스민 춤 실력으로 일찌감치 스타급 무용수로 눈길을 끌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건너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레계의 밑바닥 생활을 경험해야 했다. 한국에서야 앞날이 유망한 발레리노였지만, 전세계 ‘선수’들이 모이는 미국에서 그는 햇병아리였다. “이곳저곳 작은 무대에서 프리랜서로 뛰었어요. 발레 그만두고 사업을 해볼까도 했지만 ‘무용 얘기할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는 아내의 말에 용기를 냈죠.”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악착같이 오디션을 봤고, 유서 깊은 털사(Tulsa) 발레단에 합격했다.

김지영은 기록이 거의 없는 안중근의 아내 김아려란 인물에 대해 상상력을 동원해야 했다. “흑백사진 한장 달랑 남아 있어요. 독실한 천주교인이었는데 굉장히 힘든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1997년 19살에 국립발레단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한 후 수많은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영원한 프리마 발레리나’로 불린 그도 이 작품에선 인물 해석에 공을 들였다.

오는 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대한민국 발레축제 개막작인 &lt;안중근, 천국에서의 춤&gt; 포스터. 예술의전당 제공
오는 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대한민국 발레축제 개막작인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포스터. 예술의전당 제공

그는 2002년부터 7년 동안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도 활동했다. 2019년 퇴단 이후 경희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요즘도 무대에 서는 걸 최고의 즐거움으로 여긴다. 최근엔 직접 기획하고 연출한 작품도 선보였다. 그는 다른 어떤 직함보다도 ‘현역 무용수’로 불리길 원했다. “요즘 마흔이면 옛날 마흔과 달라요. 실제 나이에서 15살은 빼야 합니다. 하하.”

엠발레단 문병남 대표는 ‘한국 발레의 정체성 구축’이란 목표 아래 <오월바람> 등 역사 소재 창작 발레를 선보여왔다. 언젠가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을 작품 배경인 중국과 러시아 연해주 무대에 올리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그는 “이 작품이 해외 라이선스 작품 수입에 치중해온 한국 발레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창작 발레의 대표 레퍼토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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