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 재즈의 중흥을 이끌었던 ‘서울 재즈쿼텟’의 원년 멤버들이 오는 18일 27년 만에 다시 뭉쳐 한 팀으로 연주한다. 왼쪽부터 이정식(색소폰), 양준호(피아노), 장응규(베이스), 김희현(드럼). 남무성 작가 제공
1990년대 중반 한국 재즈의 중흥을 이끌었던 ‘서울 재즈쿼텟’의 원년 멤버들이 27년 만에 다시 뭉쳐 한 팀으로 연주한다. 오는 1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재즈바 ‘가우초’에서다. 걸출한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이 주도했던 이 팀은 멤버들이 각 분야의 ‘톱클래스 연주자’여서 ‘한국 재즈계의 슈퍼밴드’로 불렸다.
이 시절 재즈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일시적으로나마 ‘붐’에 가까운 재즈의 열풍이 일었다. 당시 재즈의 대중적 유행에 크게 기여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배우 차인표다. 19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MBC)란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테너 색소폰을 멋들어지게 불어 젖히는 그의 모습에 한동안 색소폰 배우기가 유행할 정도였다. 곳곳에 재즈카페가 생겨났다.
이정식이란 색소포니스트가 혼을 뒤흔드는 즉흥연주로 입소문을 타며 ‘진성 재즈팬’들을 열광시킨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는 국외에서도 인정받는 연주자였다. 론 카터(베이스), 케니 배런(피아노) 같은 재즈 거장들이 그의 재즈 앨범에 세션으로 참여할 정도였다.
이정식의 색소폰에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이 결합한 4인조 재즈밴드가 90년대 초중반 맹활약했다. 바로 ‘서울 재즈쿼텟’이다. 드러머 김희현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멤버였다. 수많은 연주자와 협연하며 ‘드럼의 신’으로 통했다. 베이시스트 장응규는 지금도 애용되는 <재즈 베이스 교본>의 저자다. 한국 재즈 베이스의 ‘대부’로 일컬어진다. 대학 때 작곡을 전공한 피아니스트 양준호는 ‘최고의 세션맨’으로 활약했다. ‘한국의 빌 에번스’가 별명이었다. 빌 에번스는 세계적인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다. 원년 멤버들은 3년 남짓 활동한 뒤 각자의 독자적인 밴드에서 활동했고, 이정식은 다른 멤버들을 규합해 밴드의 맥을 이어갔다.
한국 재즈계의 슈퍼밴드로 통했던 ‘서울 재즈쿼텟’의 원년 멤버들이 오는 18일 한 팀으로 다시 뭉쳐 공연한다. 남무성 작가 제공
재즈 만화 <재즈 잇 업>을 쓴 재즈평론가 남무성씨는 “서울 재즈쿼텟은 오랜 세월 한국 재즈의 허리를 담당하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후배 재즈 뮤지션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며 “이들의 공연 소식을 접한 재즈 연주자들과 재즈팬들이 반가움과 놀라움을 표시한다”고 전했다. 공연 수익금은 한국재즈협회 후원금으로 기부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