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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번엔 베토벤 현악사중주 16곡 전곡이다…노부스 콰르텟의 도전

등록 2022-06-09 09:00수정 2022-06-09 09:15

노부스 콰르텟, 12일 시작으로
11월까지 다섯차례 나눠 연주
모두 베토벤 인생 깃들게 구성
“힘들지만 해냈다는 성취감”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에 나서는 노부스 콰르텟. 왼쪽부터 이원해(첼로), 김재영(바이올린), 김영욱(바이올린), 김규현(비올라). 목프로덕션 제공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에 나서는 노부스 콰르텟. 왼쪽부터 이원해(첼로), 김재영(바이올린), 김영욱(바이올린), 김규현(비올라). 목프로덕션 제공

힘들고 두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또다시 그 길에 나선다.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작곡가별 전곡 도전 얘기다. 2020년 멘델스존(6곡), 지난해 브람스(3곡)와 쇼스타코비치(15곡)에 이어 이번엔 베토벤이다. 무려 16곡. 등산으로 치면 수많은 영봉을 거쳐 마침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격이다. 오는 12일과 17일 연주를 시작으로 11월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서너곡씩 나눠 연주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챔버홀에서다.

“이제 타이밍이 된 거죠. 올해가 결성 15주년입니다. 베토벤 전곡 연주의 첫번째 사이클을 시작하기에 좋은 때라고 봤어요.” 김재영(바이올린)은 무심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본래 어느 분야든 필생의 과업은 그 시작이 요란하지 않은 법이다. 때가 됐으니 길 떠난다는 투다. 하기야 국내 대표적 실내악 연주 단체인 이들이 ‘현악사중주의 정점’으로 꼽히는 베토벤 작품을 피하기 어려웠을 거다. 김씨의 문득 튀어나온 ‘첫번째 사이클’이란 말에서 이들의 긴 호흡이 감지된다. 언젠가 ‘두번째 사이클’도 하겠다는 의지가 은연중에 엿보인다.

지난 3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를 찾았다. 멤버들이 날마다 연습하며 호흡을 맞추는 곳이다. 이들은 ‘연습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어려워요. 몸도 힘들고. 그래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있거든요.”(첼로 이원해) “작곡가의 인생 전체를 느껴볼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비올라 김규현) “재산이 늘어가는 느낌? 배우는 게 많아요. 자양분이 쌓여가는 거죠.”(바이올린 김영욱) “들이는 시간과 공력, 견뎌내야 하는 고통의 크기가 다르죠. 그래서인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어요.”(바이올린 김재영) 이들은 전곡 연주가 주는 고통스럽지만 오묘한 마력에 ‘중독’돼가고 있었다.

올해로 결성 15주년을 맞아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16곡 도전에 나선 노부스 콰르텟. 왼쪽부터 김규현(비올라), 김재영(바이올린), 이원해(첼로), 김영욱(바이올린). 목프로덕션 제공
올해로 결성 15주년을 맞아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16곡 도전에 나선 노부스 콰르텟. 왼쪽부터 김규현(비올라), 김재영(바이올린), 이원해(첼로), 김영욱(바이올린). 목프로덕션 제공

현악사중주를 흔히 ‘음악적 대화’라고 한다. 음악평론가 나성인은 <베토벤 현악 사중주>에서 ‘자유와 평등이란 민주적 이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장르’라고 했다. 연주자 네명의 ‘집단지성’이 대화하고 실험하고, 때론 다투기도 하면서 타협하고 조정하는 장르라는 것이다. 베토벤의 작품들이야말로 이런 현악사중주의 본질을 가장 잘 구현한 작품으로 꼽힌다. “최고봉이죠. 완성도나 깊이가 달라요. 연주도 제일 어렵고요.”(김재영) 다른 멤버들도 그의 견해에 동의하지만, 좋아하는 곡들은 조금씩 결이 달랐다. 김영욱은 14번(Op.131), 영화 <마지막 사중주>에 나오는 곡이다. 김재영은 15번(Op.132), 김규현은 대푸가(Op.133)를 각각 꼽았다. 이원해는 “(베토벤의) 중기와 후기 현악사중주의 느린 악장들이 마음을 움직인다”고 했다.

올해로 결성 15주년을 맞아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16곡 도전에 나선 노부스 콰르텟. 목프로덕션 제공
올해로 결성 15주년을 맞아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16곡 도전에 나선 노부스 콰르텟. 목프로덕션 제공

전곡 연주회마다 작곡 시기별로 초·중·후기 작품을 고루 안배했다. 12일 첫 연주회는 2번, 8번, 12번을, 17일엔 3번, 7번, 13번을 연주한다. “베토벤은 전 생애에 걸쳐 현악사중주를 작곡했어요. 각 연주회에 베토벤의 인생이 다 깃들도록 구성했어요.”(김영욱)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이 뭉쳐 만든 노부스 콰르텟은 한국 실내악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왔다. 2012년 뮌헨 아에르데(ARD) 국제음악콩쿠르 2위, 2014년 제11회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세계 유수의 음악축제에 초대받는 등 세계를 누비고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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