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안치환 “언제까지 ‘솔아솔아…’만 들려드릴 순 없잖아요”

등록 2022-08-25 08:00수정 2022-08-25 09:15

[소극장 공연으로 돌아온 안치환 가수]
‘2022 너를 사랑한 이유’ 콘서트
1995년 낸 4집 앨범 수록곡 위주
‘내가 만일’ ‘사람이 꽃보다…’ 등
“지금 이 세상이 맘에 드나요?”
30일~9월4일 마포 연남스페이스
20년 만에 꿈 이룬 ‘전용 소극장’
가수 안치환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남스페이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가수 안치환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남스페이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오랜만에 여는 소극장 콘서트예요. 진솔한 얘기를 나누며 관객과 호흡하는 게 소극장의 매력이죠. 큰 극장에서 하기 힘들었던 걸 많이 해보려고 해요.”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 연남스페이스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안치환은 콘서트 ‘2022 너를 사랑한 이유’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이전부터 준비했던 콘서트인데, 오랫동안 미뤄졌다. 격정과 서정이 어우러지는 무대, 그로부터 이어지는 위로와 연대, 전율과 감동의 순간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는 30일부터 9월4일까지 연남스페이스에서 펼치는 이번 콘서트는 1995년 선보인 안치환의 네번째 앨범에 수록된 노래 위주로 진행한다. ‘내가 만일’이 실린 4집은 대중성과 음악성이 조화된 걸작으로 꼽힌다. 물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 다른 히트곡들도 들을 수 있다.

안치환 4집 앨범 표지. 킹레코드 제공
안치환 4집 앨범 표지. 킹레코드 제공

이번 콘서트의 특징이 무엇인지 묻자, 안치환은 대뜸 김광규 시인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얘기했다. “혁명을 꿈꾸었던 4·19 세대가 일상에 찌든 중년으로 변한 모습을 씁쓸함과 비루함으로 보여주는 시죠. 이 시처럼 우리 세대가 그럴지 몰라요. 하지만 콘서트에서만큼은 30년 전, 더 나은 세상을 꿈꾼 사람들이 당시 함께했던 기억들, 서로를 향한 신뢰, 당신 같은 사람들이 여전히 함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콘서트에서 들려줄 노래 중 가장 중요한 3곡을 꼽아달라고 했다. “‘당당하게’는 오랜만에 앙코르곡으로 준비했어요. 1990년대 초 소련과 동유럽이 몰락하면서 이념의 시대도 지나갔죠. 운동권 사람들이 각자 삶을 찾아 떠나갈 때, 뮤지션으로 느꼈던 감정을 담은 노래예요. 다음으로 ‘수풀을 헤치며’는 디제이(김대중)가 1992년 대선에서 패하면서 민주 진영이 혼란에 빠졌을 때 만든 노래죠. 이 노래에 대한 감회가 새롭네요. 최근 발표한 노래 ‘유어 낫 얼론’은 좌절의 쓰라림을 서로 다독이고 싶은 마음에서 들려드리고 싶네요.”

가수 안치환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남스페이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가수 안치환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남스페이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콘서트를 하는 연남스페이스는 자신이 직접 만든 소극장이다. 오랫동안 소극장 공연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을 만들어 이번에 첫 공연을 하는 것이다. 소극장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평생 음악 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곳은 창작 공간이죠. 그래서 20여년 전 집을 지을 때 지하에 ‘참꽃 스튜디오’라는 녹음실을 만들었어요. 녹음하고 싶을 때 마음껏 녹음하기 위한 공간이었죠. 당시에 꿈이 하나 더 있었어요. 노래 부르고 싶을 때 마음껏 부를 공간을 갖고 싶었죠. 20여년 만에 그 목표를 이룬 셈입니다.”

안치환은 이 공간을 다른 가수들에게도 개방할 생각이다. 단, 조건이 있다. “거품으로 가득 찬 가수, 자기 실력보다 과대 포장된 가수는 거부합니다.” 그는 단호했다. 이어 오디션 프로그램 문화도 따끔하게 꼬집었다. “방송사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얼굴 내밀어야 생존하고 성공하는 이상한 구조를 만들어놨어요. 가수의 실력보다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더 중요하게 만들어놓은 거죠.”

안치환은 지금껏 기획앨범 8장, 디지털싱글 3장, 정규앨범 12장 등 모두 23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이런 창작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저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내가 뭐 하는 놈이지?’라고 존재 이유를 가끔 물어보곤 해요. 그럴 때마다 노래를 쓰죠. 세상을 바라보면서 나를 건드리는 게 있으면 노래를 써요. 절박할 때, 부끄러울 때, 화가 날 때, 그럴 때마다 노래를 만들어요.”

그는 말을 이었다. “제가 나이 들듯이 팬들도 나이 들어요. 팬들에게 언제까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만을 들려드릴 순 없잖아요. 저는 ‘바람의 영혼’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처럼 나이에 맞는 우리 이야기를 계속 노래로 만들고 있어요. 그 나이에 맞는 노래가 깊이도 있다고 생각해요.”

가수 안치환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남스페이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가수 안치환이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남스페이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안치환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2월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과 ‘껍데기는 가라’, 4월 ‘유어 낫 얼론’ 등을 선보였다. 이런 노래를 잇달아 내놓은 배경은 무엇일까? “대선 당시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 황당하고, 도저히 허락되지 말아야 할 게 보였어요.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세상의 불의에 대해 노래로 저항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동안 제가 했던 것처럼 그렇게 한 거였죠.”

그러나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은 김건희 여사 외모 비하 논란에 휩싸이며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비판의 잣대가 외모가 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논문 표절 논란, 미숙한 처신 등 당사자의 행위가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치환은 “그가 대국민 사과할 때 입은 옷과 표정을 보고 쓴 노래였다. 그대로의 모습을 노래에 실었다. 외모를 비하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대선 때 든 생각이 ‘싸울 줄 모르는 진보가 무슨 진보냐’는 거였어요. 세상의 거짓과 불의에 맞서 과감하게 피 흘려 싸우는 게 참진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본질에 눈감은 채 수구 언론의 프레임 바꾸기에 놀아난 이들에게 ‘그래서, 지금 이 세상이 맘에 드냐’고 되묻고 싶습니다.”

안치환은 격정적인 말을 쏟아낸 뒤,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노래가 너를 구원하리라.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