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악몽을 꾸듯이 빠져드는 소리
덴마크 출신 록밴드 ‘뮤’의 새 앨범 <앤 더 글래스 핸디드 카이츠>는 황홀한 악몽이다. 전자 악기로 이뤄진 오케스트라 정도는 돼야 낼 법한 현란한 사운드를 촘촘히 쌓아 청각적 충격을 준다. 때론 달콤하고 때론 광포하게 듣는 사람을 낚아채는 우울의 늪이다. 보(기타), 요나스(보컬), 요한(베이스), 실라스(드럼)로 이뤄진 ‘뮤’는 1997년 딱 2천장만 찍어낸 앨범 <어 트라이엄프 포 맨>으로 데뷔했다. 2003년 <프렌저>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주목 받았다. 여기에 담긴 ‘엠 아이 와이? 노’, ‘컴포팅 사운즈’, 영화 <스파이더맨 2>의 수록곡인 ‘쉬 스파이더’ 등이 인기를 끌며 마니아층을 넓혀갔다. 이번 앨범은 이제까지 ‘뮤’가 들려줬던 소리를 뛰어넘는다. 클래식 성가나 오페라의 면모까지 느껴진다. 14개 트랙으로 쪼개져 있긴 하지만 전체가 하나인양 한 궤를 이룬다. 한번에 쭉 듣고 나면 묵시록 같은 줄거리가 잡힐 듯하다. 요나스는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이 앨범은 많은 꿈에서 비롯됐다”며 “꿈은 무의식 중에 쓰는 일종의 비밀언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요즘은 외로움과 긴장감, 우울이 세계에 퍼져있는 지배적인 분위기인 듯하다”고 전했다. 보는 “듣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굳이 얘기하자면 연약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꿈은 거친 기타가 멜로디를 끌고가는 ‘설퀴트리 오브 더 울프’로 시작한다. 피아노와 요나스의 섬세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와이 알 유 루킹 그레이브’는 서정적인 자락을 깐다. 힘과 연약함, 섬세함과 거침은 ‘스페셜’에 응집돼 있다. 리듬의 변화, 연주의 조합은 예상을 빗겨가며 곡에서 곡으로 내달린다. 축축 처지는 드럼으로 갈무리한 마지막곡 ‘루이스 루이사’에는 외로움이 짙게 깔린다. 60여분에 이르는 앨범을 한 다름에 듣게 만드는 힘은 독창성에서 나온다. 요나스는 “전에는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프린스’ 등의 음악을 즐겨 들었는데 지금은 어떤 밴드의 영향을 받았는지 말하기 어렵다”며 “다만 소리를 만드는 데 호기심을 가질 뿐”이라고 대답했다. 여섯 살 때부터 친구였던 보, 요한, 요나스는 고등학교 때부터 단편 영화도 찍었다.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화면과 음악의 조화를 보여준다. 이 재주꾼들은 보이지 않는 음악에도 세기말의 영상을 담아낸다. 글 김소민 기자, 사진 소니비엠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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