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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뮤지컬 서편제’ 내년엔 못봐요…수묵화 무대에 6인6색 소리꾼

등록 2022-09-03 07:00수정 2022-09-05 02:32

12년 여정 마침표…10월23일까지 공연
이청준 원작소설 저작권 끝나
이자람·차지연·양지은·홍자 등
주연 송화 역 6명 멀티캐스팅
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페이지1 제공
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페이지1 제공

눈먼 소리꾼 송화는 전국을 헤매다 마침내 자신을 찾아온 의붓동생 동호를 알아볼 수 없다. 동호는 누이 송화에게 소리를 청한 뒤 어릴 때처럼 북을 손에 잡는다. 송화는 판소리 ‘심청가’ 가운데 심 봉사가 눈뜨는 대목을 절절한 소리로 토해낸다. 꽃잎이 흩날리는 듯한 무대조명이 객석까지 비추면서 뮤지컬은 끝난다.

지난달 12일을 막을 올린 뮤지컬 <서편제>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 뮤지컬 역시 올해가 마지막 시즌으로 마침내 12년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원작 소설의 저작권 사용 기간이 끝났기 때문이다.

뮤지컬 &lt;서편제&gt; 공연 장면. 페이지1 제공
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페이지1 제공

뮤지컬은 임권택 감독의 동명 영화로 큰 사랑을 받은 이청준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1993년 4월 개봉한 영화는 최초로 한국 영화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송화를 맡은 신예 오정해는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뮤지컬 역시 소리에 집착하는 소리꾼 아버지 유봉에 의해 눈이 먼 누이 송화와 동생 동호의 이야기다.

영화와 달리 동호는 아버지와 다른 길을 걷는 가수로 설정돼 입체적인 캐릭터로 거듭났다. 아버지를 견디지 못한 동호는 가출해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밴드를 꾸린다. 동호가 떠난 뒤 송화는 소리를 완성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동호 걱정에 소리를 포기하려 한다. 이런 송화를 보고 유봉은 송화의 두 눈을 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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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페이지1 제공

영화에선 유봉이 판소리를 지키는 인물로 나온다면, 뮤지컬에선 송화가 그 역할을 맡는다. 뮤지컬에서 송화는 판소리를 상징하고, 판소리는 한과 맺어지고, 한은 예술가 정신으로 이어진다.

뮤지컬을 볼 때,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던 롱테이크 장면을 어떻게 처리했을지 궁금했다. 영화에선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의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멀리서부터 황토색 돌담길을 따라 걸어오는 5분30여초의 롱테이크신이 굉장히 유명한데, 한번도 같이 웃지 않았던 유봉·송화·동호는 이때만은 함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일성 촬영감독이 카메라에 담아낸 이 장면은 한국 영화 최고의 영상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뮤지컬 &lt;서편제&gt; 공연 장면. 페이지1 제공
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페이지1 제공

동적인 영화와 달리, 정적인 뮤지컬에선 원형으로 돌아가는 회전무대로 삶과 예술의 고단함을 표현했다. 이런 무대장치로 하염없는 길을 걷는 모습과 배우들이 서로 노랫가락을 주고받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드러냈다.

영화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영상미는, 뮤지컬에선 수묵화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화면으로 처리했다. 여기선 새하얀 눈이 내리고, 붉은 매화꽃이 흩날리고, 시원한 폭포가 쏟아지며 변화하는 사계절을 보여준다. 한지를 겹겹이 붙여 세로로 길게 내린 커튼들은 정갈하고 청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뮤지컬 &lt;서편제&gt; 공연 장면. 페이지1 제공
뮤지컬 <서편제> 공연 장면. 페이지1 제공

송화는 눈이 먼 고통, 아버지를 향한 분노와 원망으로 응어리진 한을 소리로 승화시킨다. 역설적으로 자기 눈을 멀게 한 아버지가 그토록 바라던 진정한 소리꾼으로 거듭난다.

이런 송화는 이자람·차지연·유리아·홍자·양지은·홍지윤 등 6명의 배우가 나눠 맡았다. 주연배우를 6명씩 멀티캐스팅하는 건, 한국 뮤지컬에서 흔하지 않은 편이다. 이지나 연출은 “뮤지컬 <서편제>가 12년이 됐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배우들의 팬덤이 많이 보러 오셔서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뮤지컬 <서편제>는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비비시에이치(BBCH)홀에서 10월23일까지 공연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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