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급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장인 네덜란드 태생 지휘자 얍 판 츠베덴(61)이 서울시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그는 오는 2024년부터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두 오케스트라를 동시에 이끌게 된다. 서울시향 제공
세계 최정상급인 미국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장인 지휘자 얍 판 츠베덴(61)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츠베덴 감독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 후임으로 오는 2024년 1월부터 5년간 서울시향을 이끌게 된다.
네덜란드 태생인 츠베덴 감독은 2018년부터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이며, 그에 앞서 2012년부터 홍콩 필하모닉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홍콩 필하모닉은 올해까지만 음악감독 직을 수행하고, 2024년부터는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서울시향과 뉴욕필을 이끌게 된다. 정상급 지휘자들은 동시에 여러 오케스트라를 이끌기도 하는데, 츠베덴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권을 넘나들며 폭넓게 활동해 왔다. 유럽에서도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파리 오케스트라 등 유수 관현악단의 객원 지휘자로도 활동해 왔다.
바이올리니스트로 출발한 츠베덴은 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수학했고, 네덜란드 명문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에 입단해 19살에 최연소 악장으로 활동했다. 37살이던 1996년에야 진로를 지휘자로 바꿨다. 그를 지휘자의 길로 이끈 인물은 뉴욕필을 이끌던 전설적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었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를 지휘하던 번스타인이 리허설 때 연주를 들어보고 싶다며 츠베덴에게 말러의 교향곡 제1번의 지휘를 잠시 맡겼다. 한눈에 비범한 재능을 알아본 번스타인은 그에게 지휘를 권했다.
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이 지난해 10월 케이비에스(KBS)교향악단을 지휘하기에 앞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은 “교향악단을 세계 최정상급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지명도 높은 음악감독을 초빙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며 “연초부터 음악감독추천위원회를 운영해 다수의 최정상급 지휘자들을 접촉한 끝에 츠베덴 뉴욕필 음악감독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츠베덴 차기 감독은 홍콩 필하모닉을 이끈 경험으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과거 몇 차례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연주자들의 성장 가능성에 큰 기대를 하게 됐고, 서울시향의 도약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츠베덴 감독은 혹독할 정도로 연습을 많이 시켜 단원들의 역량을 단기간에 향상시키는 ‘오케스트러 트레이너’로 유명하다. 지난해 10월엔 케이비에스(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췄는데, 당시 리허설에서 단원들을 매섭게 몰아붙여 단원들 사이에서 ‘마른오징어를 쥐어짜서 진액을 뽑아내는 리허설’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작은 디테일 차이를 만들어내고, 그 미세한 차이가 예술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게 그의 지휘론인데, 유려하고 빈틈없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아내와 함께 네덜란드에서 자폐아 가족을 지원하는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쳐 왔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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