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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누구나의 이야기로 풀어낸, 무대 위 ‘김지영’…소유진 등 주연

등록 2022-09-16 07:00수정 2022-09-16 08:42

[연극으로 보는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원작 소설·영화와 달리
코믹한 장면 많고 한결 따뜻해져
안경모 연출 “보편적 정서 담아”
4명 배우 ‘퀵 체인지’ 일인다역 묘미
연극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 역을 맡은 배우 소유진과 남편 정대현 배역의 김승대. 스포트라이트·문화아이콘
연극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 역을 맡은 배우 소유진과 남편 정대현 배역의 김승대. 스포트라이트·문화아이콘

무대 위에 설치된 집은 마치 외딴섬처럼 보인다. 그 갇힌 공간에서 출산과 양육을 감당하며 궤도화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쩔 줄 모르는 김지영.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시대 여성의 모습이다. <82년생 김지영>을 영화에 이어 연극으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2016년 출간돼 반향을 일으킨 조남주 작가의 소설이 원작이다.

“그 시대를 살아왔던, 지금도 그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간담회에서 안경모 연출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로 풀어내려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개인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나의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되길 바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배우 소유진과 임혜영, 박란주가 김지영 역할로 출연하고, 김승대와 김동호가 남편 정대현 배역을 맡았다. 지난 1일 백암아트홀에서 개막한 연극은 11월13일까지 이어진다.

“지영아, 왜 그래?”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커피나 마시는 맘충이래.” 소설과 영화로 익숙한 대사들이지만, 무대 위에선 또 다른 낯섦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연극에선 코믹한 장면들도 많다. 안 연출은 “관객들이 거리를 두고 지켜볼 수 있도록 해학과 풍자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연극의 결말도 소설이나 영화와 결이 다르다. “나한테는 내가 있어.”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김지영의 이 독백은 한결 따듯하고 긍정적인 연극의 시선을 대변한다. “김지영이 굳건하게 자신을 믿고 잃었던 정체성을 되찾아요. 삶을 회복하고 복원하게 되는 거죠.” 안 연출은 “세상이 무슨 혁명처럼 확 바뀌진 않을 테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더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연극 &lt;82년생 김지영&gt; 무대에 오르는 6명의 배우 가운데 4명이 ‘일인다역’을 소화한다. 스포트라이트·문화아이콘
연극 <82년생 김지영> 무대에 오르는 6명의 배우 가운데 4명이 ‘일인다역’을 소화한다. 스포트라이트·문화아이콘

연극은 중학생 때부터 이어지는 김지영의 전 생애를 다루며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남편인 정대현이 제삼자의 시각에서 지영을 대변하는 화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도 영화와 다른 설정이다. 6명의 배우 가운데 김지영과 남편을 제외한 4명의 배우가 ‘퀵 체인지’로 나서 ‘일인다역’을 발 빠르게 소화하는데, 이 연극의 색다른 묘미다. 주르르 눈물 흘리는 연기를 하다 금세 옷 갈아입고 전혀 다른 인물로 변신해야 하니, 배우들 입장에선 어렵고 고단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안 연출은 “여성이 사회적 삶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부당함과 불편함, 불공정을 다루되, 단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이 작품의 보편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특수한 문제를 ‘현대를 살아가는 남녀의 보편적인 문제’로 치환할 경우 작품의 날 선 문제의식이 훼손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안 연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을 둘러싼 소소한 규칙, 관습, 사회적 의식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그 시대보다 더 나은 삶과 사회를 기대하고, 함께 공유하며 극복하자는 생각에 연출을 결심했다”고 답했다. 안 연출은 여성, 노동, 인종 문제를 다룬 연극 <스웨트: 땀, 힘겨운 노동>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연출해왔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lt;82년생 김지영&gt;이 영화에 이어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배우 소유진, 임혜영, 박란주가 김지영 역으로 출연한다. 스포트라이트·문화아이콘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에 이어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배우 소유진, 임혜영, 박란주가 김지영 역으로 출연한다. 스포트라이트·문화아이콘

이 작품에 배우 소유진을 캐스팅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김지영이란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와, ‘연극 배역은 배역으로 보는 게 옳다’는 반론이 엇갈렸다. 소유진의 배우자는 요리연구가이자 외식업 사업가인 백종원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소유진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작품을 선택했다”며 “무엇을 우려하시는지 아는데 연극을 보신다면 이런 우려가 없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육아 등에선 나와 (극 중 김지영을) 동일시하기 힘들지만 사회적 흐름을 공감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며 “결국 ‘나를 소중히 생각하자’라는 주제가 보이는데, 나도 한명의 관객이 돼서 김지영을 바라볼 때가 생긴다. 그런 부분이 공감 포인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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