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임창정, 정성화, 양준모. 샘컴퍼니 제공
로빈 윌리엄스 주연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뮤지컬로 만들어져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2020년 브로드웨이에서 선보인 뒤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에서 초연한다.
뮤지컬은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철없고 부양할 능력도 없는 다니엘에게 실망한 아내 미란다는 이혼을 결심한다. 양육권을 두고 재판이 벌어지는 사이에 미란다는 보모를 찾는다.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한 다니엘은 분장사인 형 프랭크의 도움을 받아 보모 할머니로 변신한다. 바로 ‘미세스 다웃파이어’다.
뮤지컬의 관전 포인트는 셋이다. 맛깔스러운 번역, 3인 3색 다웃파이어, 다양한 볼거리가 그것이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사진. 샘컴퍼니 제공
먼저 맛깔스러운 번역. 이 작품은 ‘논 레플리카’(원작의 대본·음악만 빼고 나머지는 재창작하는 공연 형식) 방식으로, 가사와 대사를 우리 분위기에 맞춰 각색했다. 실력파 영화 번역가 황석희씨가 참여해 미국식 코미디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을 줄였다.
영화에선 다니엘이 신문 기사 제목을 보고 보모 이름 ‘다웃파이어’를 짓는데, 뮤지컬에선 지나가는 커플이 “잘생기면 다 오빠야!”라고 하는 말을 듣고, “다웃파이어!”(다 오빠야)라고 이름을 짓는다. “기러기, 토마토”로 시작하는 ‘우영우 인사법’이 나오는가 하면, ‘셰프 백’(백종원)이 등장해 걸쭉한 충청도 사투리로 조리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다음은 임창정·정성화·양준모의 3인 3색 매력이다. 공연 내내 관객의 웃음과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힘은, 이들의 재치 있고 능청스러운 연기 덕이다.
10년 만에 뮤지컬에 복귀한 임창정은 코미디 연기의 대가로 활약해온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다. 그는 보모를 구하는 아내 미란다에게 보모인 척하며 전화를 걸어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라며 자신의 히트곡 ‘소주 한잔’을 패러디하는가 하면, “거기 누구인가, 월급은 사딸라!”라고 배우 김영철의 유행어를 외친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사진. 샘컴퍼니 제공
정성화는 ‘여장’ 하면 떠오르는 대표 배우다. <거미여인의 키스> <라카지> <킹키부츠>에 이어 이번이 네번째다.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정성화가 여장을 부탁하는 장면에서 분장사 형은 “아~, 킹키부츠 하는구나”라는 맞춤형 대사로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양준모의 첫 여장 도전도 눈에 띈다. <웃는 남자> <하데스타운> 등에서 강인한 이미지를 보여온 그는 유쾌하고 부드러운 보모로 변신하며 새로운 매력을 드러낸다. 양준모는 자기 정체를 밝히는 것을 고민하는 장면에서 몸을 좌우로 틀며 “지옥에서 만나자”고 외친다. 이전에 출연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패러디한 장면이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연 사진. 샘컴퍼니 제공
마지막은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볼거리다. 다니엘을 맡은 배우들은 가발, 마스크, 특수분장 슈트 등을 단 8초 만에 ‘퀵 체인지’(의상·분장 등을 빨리 바꾸는 것)하며 볼거리를 선사한다. 공연 시간 165분 동안 18번이나 다니엘에서 다웃파이어로, 다웃파이어에서 다니엘로 변신한다. 탭댄스, 성대모사도 깨알 재미를 준다.
재미만이 아니다. 묵직한 메시지도 전달한다. “사랑이 있는 한, 가족은 언제나 연결되어 있는 거야.” 다니엘의 이 대사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부부의 재결합만이 ‘해피 엔딩’이 아니라는 점도 담담하게 제시한다. 뮤지컬엔 이혼 가정은 물론 아이를 입양한 동성애자 커플도 등장한다. 공연은 11월6일까지 이어진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