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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파리국립발레단 동야인 첫 솔리스트 김용걸씨 16일 초연

등록 2006-03-05 20:30수정 2006-03-05 20:33

“시련 겪고나니 삶이 묻어나는 춤 보여”
339년 역사의 파리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김용걸(34)씨는 1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계속되는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말 솔리스트로 승급한 후 첫 작품이다. 갸르니에 오페라극장에서 킬란 등 현대 안무가 3명이 만드는 춤의 주연을 맡았다. 작품명은 <아름다움 그리고 춤에 대한 휴머니즘적 접근>.

국내 주연급 버리고 밑바닥부터 도전
부상…재기…더 깊고 진솔해졌어요

바쁜 연습시간을 짬을 내 만난 김씨는 영화 <킹콩>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킹콩이 여주인공을 손에 얹고서 함께 노을 바라보는 장면이 너무 외로워 보여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파리와의 인연도 그런 감수성이 배경이 됐다. “90년대 말인가 프랑스 파리 발레단의 작품을 비디오로 접하고 꽤나 신선한 인상을 받았었습니다. 남자 무용수들의 섬세한 표현이나 로멘틱한 분위기가 제 안에 있는 어떤 그런 중성적인 성향을 아주 강하게 자극하는 듯했습니다. 2000년 1월에 견습생 오디션에서 3위로 입상을 했습니다. 그리고 5개월의 계약기간 후에 우연히 마침 1명을 뽑는 정기 오디션이 있다기에 도전해서 46명 중 1위로 정단원이 되었습니다.”

원래 그의 춤은 남성미가 살아있는 강한 러시아풍의 발레였다. 90%의 정단원이 파리발레학교 출신인 파리발레단에서 매년 찾아오지 않는 자리임에도 그의 선택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국내에서 주연급으로만 뛰던 그가 프랑스에서 평단원으로 맨바닥부터 시작하게 된 것은 한마디로 용기였고 도전이었다.

프랑스로 건너와 2~3년 동안은 밥먹고 자는 시간 말고는 무용만 했다. 이제까지 무용밖에 없었다. “취미를 하나쯤 가지고 싶어요. 이제 취미를 가질때가 된것 같습니다”는 말이 우스개로 들리지 않는다.

노력하던 자에게 기회는 우연스럽게 찾아왔다. 입단 22개월째이던 지난 2002년 바스티유에서 공연한 <돈키호테>의 2막 1인무를 맡아줄 무용수가 부상을 당해 대타로 기용된 것이었다. 연출진으로부터 공연 이틀 전, 시연 하루 전에 통보를 받고 무대에 올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6차례 공연에 더 출연했고,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르몽드>와 <피가로>의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 해 군무와 1인무를 겸하는 ‘드미 솔리스트’로 승단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파리 발레단에서의 김용걸의 입지는 돋보인다. 유일한 동양계 남자 무용수인 그는 입단 후 군무에서 시작하여 드미 솔리스트를 거쳐, 지난해 말 승급시험에서 1위로 통과해 솔리스트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파리 발레학교가 주류인 발레단 내에서 김씨의 존재는 하나의 자극제이다. 전통 발레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안무가들을 초빙해 현대작품을 무대에 올릴 때면 안무가들이 그를 매번 발탁하기 때문이다. 발레단의 동료인 에투왈 르그리도 “더 이상 칭찬할 것이 없는 훌륭한 무용수”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화려해 보이는 그에게 갈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큰 부상을 당했어요. 족저근막염으로 1년여 거의 연습하지 못하다가 컨디션이 돌아올 즈음에 공중도약 연습을 하다 <봄의 제전> 공연 2주일 전에 발을 접질리고 말았어요. 주연을 맡았었는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부상의 고통은 그를 좌절시키지 못했다. “부상을 한번 당하고 고통의 시기가 지나고 제 무용이 달라졌어요. 관객도, 저도 그걸 느낍니다. 그만큼 제가 더 깊고 진솔해진다고 할까요?”

무용가로서 그는 욕심장이다. 삶이 뭍어나는 무용을 강조했다. “그것은 무용수로서 의무입니다. 춤기술로 춤만 추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공연장에 온 관객들이 와서 보고 나갈때 무언가 가져갈 수 있어야 합니다. 무용수가 무용실에서 배워야 할 것은 10%이고 나머지는 무용실 밖에서 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해요. 무용실 밖의 진실을 찾아야 합니다.”

여름 바캉스때면 고국을 찾는 김씨는 오는 7월 22~23일 이틀간 부산에서 지난해 공연의 앵콜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8월 19~20일에는 서울 정동극장에서 9년째 사귄 여자친구인 김미애씨외 함께 ‘춤꾼 김미애와 김용걸’이라는 타이틀로 자신과 연인의 사랑이야기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삶을 그리는 한국무용과 발레의 경계를 넘어서는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축구나 야구에 비해 홀대를 받는 발레이지만 고국팬들의 성원에 그는 항상 감사한다. “잊지마시고 지켜봐 주세요, 꼭 좋은 공연으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이곳에서 많이 배우고 익혀서 꼭 고국에 돌아가 대한민국 발레 르네상스를 이루는 데 한 몫하겠습니다.”

글·사진 파리/최정민 통신원 jungminchoi73@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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