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요절한 천재 ‘하얀 나비’ 김정호…심금 울리는 그의 노래가 온다

등록 2022-11-16 07:00수정 2022-11-16 08:41

김도향·채은옥 등 25일 노원문화예술회관서 추모콘서트
가수 김정호의 생전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가수 김정호의 생전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그때는 그렇게 (김)정호가 천재인 줄 몰랐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천재라는 걸 느낍니다. 요즘 와서 정호 음악을 자주 들어봐요. 이렇게 가슴 편히 다가오는 한국적인 노래가 없어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가수 김도향은 고 김정호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김도향은 오는 25일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김정호 추모 콘서트 ‘하얀 나비, 김정호를 기억하다’를 준비하고 있다.

1973년 ‘이름 모를 소녀’로 데뷔한 김정호는 ‘하얀 나비’ ‘빗속을 둘이서’ ‘인생’ ‘님’ 등 여러 히트곡을 직접 작사·작곡·노래한 싱어송라이터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였지만 1985년 11월29일 폐결핵으로 서른셋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김정호는 우리 민요와 판소리 전통 선율을 바탕으로 한 노래를 탄식하듯 애절하게 불렀다. 외할아버지인 국창 박동실과 어머니인 판소리 소리꾼 박숙자 명창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사무실에서 가수 채은옥·김도향이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사무실에서 가수 채은옥·김도향이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혁준 기자

김정호의 마지막 앨범인 정규 5집(1983)을 제작한 김도향은 당시를 기억했다. “그때 기억이 강렬히 남아 있어요. 폐결핵 탓에 노래 한 소절 부르고 30분을 쉬어야 했어요. 온종일 ‘님’을 부르다 쉬었다 부르다 했지만, 정호는 피를 토하듯 열정적이었죠.” 김정호가 투병 생활을 하면서 낸 이 앨범에 실린 ‘님’은 슬픈 곡조에 판소리의 사무침을 합한 듯한 애절한 노래로, 한국적인 한의 정서를 잘 표현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김도향과 함께 공연 준비를 하는 가수 채은옥도 김정호를 떠올렸다. ‘빗물’로 유명한 채은옥은 허스키한 목소리 덕에 ‘여자 김정호’로 불리기도 했다. “정호 오빠와는 같은 회사(애플 레코드)였는데, 매니저도 같았어요. 정호 오빠와 같은 무대에서 자주 노래를 부르곤 했죠. 정호 오빠가 절 많이 이뻐하셨죠.”

가수 김도향. 본인 제공
가수 김도향. 본인 제공

이번 공연은 어떻게 열리게 됐을까? ‘목화밭’ 등의 노래로 1970년대 중후반 인기를 끌었던 듀엣 ‘하사와 병장’의 이경우가 마중물 구실을 했다. 인터뷰 당시 마침 옆에 있던 이경우가 얘기했다. “노원문화재단이 주최한 무대에 몇번 선 적이 있어요. 김승국 전 노원문화재단 이사장이 국악에 조예가 깊어 고 김정호를 잘 알고 있었죠. 지난해 김 전 이사장이 김정호 기일에 맞춰 추모 콘서트를 제안했고, 제가 김정호의 멘토인 김도향 선생님에게 얘기드린 거였죠.”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김도향과 이경우가 짰다. 공연은 기억-핏줄-공감-합창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절정은 합창이다. 김도향이 무반주로 김정호의 ‘하얀 나비’를 부른다.

가수 채은옥. 본인 제공
가수 채은옥. 본인 제공

추모 콘서트의 콘셉트는 무엇일까? 김도향은 “김정호의 음악을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호와 함께 노래한 동료와 후배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여요. 정호를 모르는 세대를 위해 젊은 가수도 많이 무대에 서요. 뮤지컬 배우 배다해, 싱어송라이터 빈센트블루와 제이유나, 미국 입양아 출신 싱어송라이터 루크 맥퀸 같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요.”

이경우가 옆에서 거들었다. “김정호 음악은 외할아버지와 어머니 영향을 많이 받았죠. 국악 음계인 궁상각치우, 즉 도레미솔라 위주로 노래를 많이 만들었어요. 그래서 한국적인 다섯 음계가 살아나요. 이런 음악이 어떻게 젊은 세대 가수에게 재해석될지 저도 기대됩니다.”

‘하얀 나비, 김정호를 기억하다’ 포스터. 노원문화재단 제공
‘하얀 나비, 김정호를 기억하다’ 포스터. 노원문화재단 제공

김도향이 이어받았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장르로 김정호 노래를 재해석하는 거예요. 국악인 이봉근, 25인조 오케스트라, 록, 블루스, 프로그레시브 같은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죠.”

앞으로 계획은 어떨까? 김도향은 한국의 한을 노래한 김정호의 노래를 더 많은 이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정호의 대표곡이 ‘하얀 나비’잖아요. 그래서 ‘하얀 나비 가요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런 가요제를 통해 정호의 노래처럼 한국 정서를 담은 노래가 많이 나오면 많은 사람을 울게 만들 겁니다. 지금 많은 사람이 분노만 하지, 울지는 못하잖아요. 울어야 한이 풀리거든요.”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