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이 원작이다. 거듭되는 반전이 이 연극의 묘미다. 비컨컴퍼니 제공
제목과 마지막 대사가 모든 걸 말해준다. 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의 마지막 대사는 “연극은 끝났어”다.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0년에 쓴 같은 제목의 추리 소설이 원작. 거듭되는 반전이 이 연극의 묘미다. 관객이 ‘아하, 이거였구나’라고 여기는 순간 또 다른 전환과 역전이 찾아온다.
무대는 한적한 교외에 자리잡은 이층집, 제약회사 사장 모리사키 노부히코가 소유한 별장이다. 이곳에 모인 8명이 파티를 시작한다. 경찰에 쫓기던 2인조 은행 강도가 이곳에 침입하며 인질극이 시작된다. 급박하게 흐르던 연극은 인질 가운데 한명이 등에 칼이 꽂힌 채 발견되면서 본격 추리물로 전환한다. 인질 가운데 범인이 있는 것으로 지목되면서 남은 일곱명은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관객들도 범인 색출에 함께 나서 머리를 싸매게 된다. 그 와중에 웃음이 터지는 코믹한 장면도 많다. 원작 자체가 별장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뤄서인지 연극과 소설의 간극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에서 열연하는 배우 정희태. 비컨컴퍼니 제공
“강한 몰입을 주는 작품이죠. 관객들이 함께 추리해가면서 즐길 수도 있고요. 원작을 읽으신 분들은 상상했던 것들이 무대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딸을 잃은 아픔을 누른 채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는 노부히코 사장 역은 배우 정희태(48)가 맡았다. 그는 “배우들이 놀기 좋은 마당을 만들어놓은 느낌”이라고 평했다. “누구나 가면 하나쯤 쓰고 살잖아요. 배우들의 표정과 동작에서 가면을 찾아내는 것도 이 연극을 보는 또 다른 묘미죠.” 오는 18일 시작하는 <재벌집 막내아들>(JTBC) 등 드라마와 영화 촬영으로 분주한 그가 3년 만에 다시 서는 연극 무대다. 그는 “제가 맡은 인물은 다양한 유형의 연기가 가능할 것 같다”며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스타일로 연기했다”고 했다. 정희태는 노부히코 역을 배우 이원종과 번갈아 더블 캐스팅으로 연기한다.
연극에서 가면은 종종 인생에 대한 비유로도 작동하는데, 등장인물 모두 각자의 가면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 제각각의 이유로 그 가면을 숨기려 애쓴다. 드러난 가면도 있고, 숨겨진 가면도 있다. 그래서 범인의 단서에만 집중하면 연극의 뼈를 얻되 살을 놓치게 된다. 배우들의 동작과 표정 하나하나에서 무엇이 가면이고, 어떤 게 실제 얼굴인지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정희태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대사가 없을 때 취하는 다양한 동작과 표정에도 주목해달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관객 평도 더러 눈에 띈다.
연극 <가면산장 살인사건>은 원작이 별장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뤄서인지 연극과 소설의 간극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비컨컴퍼니 제공
원작 소설처럼 연극도 결말 예측이 어렵고, 흡인력이 크다. 각자 생각하는 연극의 결말과 실제 마지막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소설을 먼저 읽은 이들에겐 머릿속 상상이 무대로 어떻게 옮겨지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을 테고, 연극을 본 뒤에 소설을 읽으면 연극의 각색과 연출을 비교하며 디테일한 심리 묘사에 감탄하게 될 것 같다. 박경찬이 연출과 각색을 맡았다. 이번이 국내 초연으로, 인터미션 없이 110분 동안 이어진다. 오는 27일까지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공연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