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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윤하, ‘역주행의 지평선’ 넘어 이제는 ‘탄소중립 가수’

등록 2022-11-21 11:58수정 2022-11-21 16:51

‘역주행 신드롬’ 윤하 인터뷰
가수 윤하.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캡처
가수 윤하.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캡처

‘사건의 지평선’으로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는 가수 윤하는 최근 <한겨레>와 서면 인터뷰를 했습니다. 서면 인터뷰에서 윤하는 다섯번의 ‘웃음’과 한번의‘폭소’, 열한번의 느낌표 ‘!’를 직접 적었는데요. 인터뷰 내용 가운데 지면에 싣지 못한 이야기를 공개합니다.

가수 윤하. C9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윤하. C9엔터테인먼트 제공

한때 윤하는 비와 관련된 노래가 많아 ‘비 언니’로 불렸다. 윤하가 부른 비 노래를 꼽아봤다. ‘우산’ ‘레인&더 바’ ‘빗소리’ ‘소나기’ ‘비가 내리는 날에는’ ‘레이니 나이트’ ‘먹구름’ ‘비의 향기’(雨の香り) ‘워킹 인 더 레인’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등이다.

특히 힙합그룹 에픽하이와 함께 부른 비 노래가 유명하다. 에픽하이가 2008년에 선보인 ‘우산’은 비 오는 날이면 라디오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노래다. 윤하는 이 노래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에픽하이 타블로는 랩 부분을 빼고 솔로곡으로 고친 뒤 이 노래를 윤하에게 선물했다. 2014년 윤하는 ‘우산’을 자신의 솔로곡으로 선보였다. 지난해 나온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노래’ 역시 에픽하이와 윤하가 함께 불렀다.

이처럼 윤하는 에픽하이와 여러 차례 많은 작업을 해 ‘에픽하이 제4의 멤버’라 불릴 정도다. 어떤 점에서 호흡이 맞을까? “네 사람(타블로, 투컷, 미쓰라, 윤하)이 쪼르륵 섰을 때 키가 맞는 편인 것 같고요(폭소). 오빠들의 음악 무드와 저의 목소리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호흡은…, 언제나 곤란합니다.”

‘사건의 지평선’ 콘셉트 사진. 윤하가 앉아 있는 곳은 달. 뒤편에 지구가 보인다.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사건의 지평선’ 콘셉트 사진. 윤하가 앉아 있는 곳은 달. 뒤편에 지구가 보인다. C9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랬던 윤하가 이젠 ‘이과 언니’로 불린다. ‘사건의 지평선’이 윤하를 비 내리는 지상에서 우주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사실 윤하와 우주와의 인연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일본에서, 2006년 한국에서 데뷔한 윤하는 ‘혜성’이라는 노래로 처음 대중에게 알려졌다. 초창기부터 우주와 연관을 맺어온 윤하는 6집과 6집 리패키지 앨범에 ‘별의 조각’ ‘살별’ ‘블랙홀’ 등 우주 시리즈로 불릴 만한 노래를 선보였다.

가수 윤하. C9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윤하.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윤하가 우주에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탄소중립 가수’라는 별명도 있다. 6집과 6집 리패키지 앨범에 실린 ‘6년 230일’ 덕이다. 6년 230일은 기후위기 시계가 가리키는 지구의 남은 시간이다.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 6년 230일 뒤에는 지금과 같은 일상이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윤하는 이런 제목을 붙였지만, 가사는 연인 얘기를 다뤘다. 연인에게 6년이란 시간은 긴 시간처럼 느껴지는데, 기후위기 시계의 6년 230일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짧으니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사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노래는 윤하가 작사했고, 작곡은 세라 강(Sarah Kang)이 했다. 두 사람은 어떻게 협업하게 됐을까? “유튜브를 통해 세라 강이라는 아티스트를 알게 됐고, 그녀가 기타 하나 메고 노래하는 모습에 매료되어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세라 강이 미국에 살고 있어서 저희는 유선으로만 대화할 수 있었죠. 6집 <엔드 시어리> 앨범에 담고 싶은 생각을 주르르 펼쳐 놓았을 때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되었죠. 그 후로도 가끔 연락하며 서로의 음악 활동을 격려하고 있어요!” 윤하는 갑자기 한 가지를 덧붙였다. “아, (세라 강의) 조카 이름이 윤하가 되었다는 소식도 최근에 전해 들었고요!”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장면.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장면.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윤하 노래는 태연·아이유 등 많은 솔로 가수가 불렀다. 가수 활동에 이어 연기자 길을 걷고 있는 수지는 화장실 앞에서 제이와이피(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를 만나 오디션을 봤을 때 윤하의 ‘사랑하다’를 불렀다. 수지는 데뷔한 뒤에도 여러 무대에서 윤하의 노래를 불렀는데,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SBS)에서 윤하의 ‘그 거리…’를 불러 차트 역주행을 만들기도 했다.

윤하 노래 ‘기다리다’(2009)도 마찬가지다. 2015년 드라마 <프로듀사>(KBS2)에서 아이유가 ‘기다리다’를 불러 발매 8년 만에 음원차트에 재진입했다. 특히 이 노래는 오디션 선곡 리스트에 많이 오른다. ‘기다리다’는 <케이팝스타 시즌4>(SBS)에서만 오디션 참가자들이 4번이나 불렀다. <슈퍼스타케이>(엠넷)에서는 너무 자주 부른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다시 부르는 노래로 인기가 있는지 궁금했다. “글쎄요, 저도 아직 미스터리예요. 제가 발표한 곡이 300곡 정도 되는데, 그중에 취향이 하나씩 있으신 게 아닐까요? 모르겠습니다. 알려주세요!”

‘콩라인’ 윤하의 역주행을 알린 인터넷 글. 커뮤니티 갈무리
‘콩라인’ 윤하의 역주행을 알린 인터넷 글. 커뮤니티 갈무리

이번 역주행과 관련해 윤하가 ‘콩라인’에서 탈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콩라인’은 한번도 1등을 하지 못하고 맨날 2등만 하는 사람을 말한다. 게임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단 한번도 우승한 적 없이 준우승만 기록한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별명인 ‘콩’에서 유래했다.

윤하는 노래를 선보일 때마다 2위까지는 여러번 갔지만, 1위는 아쉽게도 매번 좌절했다. 윤하는 2007년 ‘비밀번호 486’으로 1위를 한 이후로 2위는 여러번 갔는데 1위는 못했다. 원더걸스 ‘텔미’에 치였고, 티아라 ‘보핍보핍’에 밀리고, 아이유 ‘좋은날’에 덮였기 때문이다.

윤하는 어떻게 생각할까? “발매 222일 만에 1위! ‘콩라인’인 저는 가슴이 콩닥콩닥해요. 이거, 내가 누려도 되는 게 맞나? 싶어서요(웃음).” ‘콩라인’인 윤하가 가슴이 ‘콩닥콩닥’한다는 표현이 재밌다.

2022 윤하 연말 콘서트 ‘c/2022YH’ 포스터. C9엔터테인먼트 제공
2022 윤하 연말 콘서트 ‘c/2022YH’ 포스터. C9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음 달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선 윤하 연말 콘서트 ‘c/2022YH’가 열린다. 어떤 무대를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해 선보인 정규 6집 <엔드 시어리>를 발매한 후, 앨범 서사를 담은 2번의 공연을 열었어요. 그 공연들이 이야기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연말 공연에선 오랜만에 만나는 관객분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콘서트 제목을 찬찬히 살펴봤다. ‘c/2022YH’에서 ‘c/’는 비주기 혜성에 붙는 접사다. 그 뒤엔 혜성 발견 연도와 발견자 이름이 따라붙는다. 즉 ‘c’는 혜성(comet)의 첫 글자, ‘2022’는 발견한 연도, ‘YH’는 발견한 사람 윤하라는 뜻이다. ‘윤하가 2022년에 발견한 혜성’이란 얘기다.

앞으로도 우주나 뇌과학 같은 ‘이과 언니’로 계속 활동할지 궁금했다. “막상 문과를 졸업했는데, 학교에 다시 가야 하나 싶어요(웃음).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서 다채로운 주제로 여러분의 걸음에 논문 같은 응원가를 부르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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