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랑할 때란 느낌이 왔어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누구나 외롭고 힘들어졌잖아요.” 올해 나이 60. 귀가 순해진다는 이순에 이른 소프라노 조수미가 ‘사랑 전도사’로 나섰다. 6일 워너뮤직을 통해 발매한 앨범 타이틀이 <사랑할 때(in LOVE)>다. 사랑과 위안의 노래들로 채운 3년 만의 새 음반이다.
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조수미는 기다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채였다. 그는 이날 사랑이란 단어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삶에서 사랑할 때가 가장 아름답고 값진 순간이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랑이 얼마나 설레고 중요하고 아름다운지를 음반에 담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첫사랑 얘기도 꺼냈다.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첫사랑, 첫눈의 강렬함과 애틋함은 잊을 수가 없어요. 첫사랑이 잊히기 전에 빨리 새 앨범을 내고 싶었답니다.” 그는 이 음반에 쏟은 각별한 애정과 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제 모든 혼과 열정을 쏟아부어 만든 앨범”이라며 “개인적인 애절함과 절실함이 들어있는 음반이라 평소보다 더 마음이 갔다”고 했다.
수록한 11곡은 우리 가곡과 드라마 삽입곡, 새 창작곡 등이다. 첼리스트 홍진호가 함께한 '연', 재즈 스타일로 변신한 김효근의 가곡 '눈', 도종환의 시에 붙인 '흔들리며 피는 꽃',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과의 듀엣으로 부른 '첫사랑' 등이다. 드라마 <커튼콜>(KBS)에 들어간 ‘민들레야’, 드라마 <시지프스:the myth>(JTBC) 삽입곡도 담았다. 해금나리의 해금, 송영주의 재즈 피아노, 대니구의 바이올린, 최영선이 지휘하는 군포 프라임오케스트라, 전자음악 등과 함께하는 음악들도 폭이 넓다.
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조수미. SMI 제공
조수미는 11곡 가운데 어느 한 곡도 소프라노의 정통 창법으로 부르지 않았다. 창법에 얽매이지 않고 가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발성법에 집중했다. “편하게 쉴 때 가깝게 찾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스트레스받고 힘든 일이 있을 때 힐링이 되는 음악, 커피 한 잔, 와인 한 잔 같은 그런 느낌의 음반 말이죠.” 그래서인지 그는 이번 음반을 ‘바캉스 같은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조수미는 열성적 축구팬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한국과 브라질 경기를 보느라 한숨도 못 잤다”며 "월드컵을 4년에 한 번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매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제게 축구는 음악 못지않게 굉장한 삶의 기쁨이에요. 음악과 음식, 스포츠 모두 서로를 연결하고 평화와 화합에 도움을 주는 유니버설 랭귀지(만국 공통어) 같은 거잖아요.”
그는 연말 두 차례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오는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은 바리톤 토마스 햄슨과의 듀오다. 바흐, 슈베르트, 말러 등이 작곡한 정통 예술가곡을 노래한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이번 앨범 수록곡들을 부른다. 앨범에 참여한 음악인들도 함께한다. 공연 수익은 전액 기부한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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