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학전 대표…12년만에 대기록
극단 학전의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29일로 운행 횟수 3천회를 기록하게 된다. 1994년 5월14일 초연 이후 12년째 연출을 맡고 있는 김민기 대표가 7일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정말 3천회까지 공연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언제까지 계속할지 모르지만 관객이 오는 한 공연은 계속될 겁니다. 젊은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큰돈은 못 벌어도 연극을 직업으로 삼아 최소한 생존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김 대표는 독일 그립스 극단의 같은 이름 뮤지컬을 1990년대 한국 상황에 맞게 번안한 이 작품을 사회 변화에 따라 2000년대 버전으로 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1990년대 풍속화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2001년, 원작이 공연되던 베를린에 초청받아 갔을 때였다. “굉장히 죄스러운 마음이었어요. 원작을 워낙 많이 뜯어고쳤으니까요. 이 작품은 서자라면 서자 아니겠어요. 하지만 현지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두 나라 역사 배경은 다르지만 뭔가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느낌이었죠. 다름과 보편성을 함께 받아들이는 모습이 새로웠습니다.” 그는 뮤지컬의 양극화를 걱정했다. “소극장 뮤지컬 작품 100개가 올라가면 수지타산이 맞는 공연은 5개도 안 될 것”이라며 “대형 뮤지컬이 인건비 단가를 올려놨기 때문에 소극장은 이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날 함께한 배우 황정민씨는 “〈지하철 1호선〉은 내 연기생활의 기본”이라며 “한국말을 어떻게 구사해야 하는지, 무대에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관객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고 말했다. 극단 학전은 1995년 실패했던 뮤지컬 〈개똥이〉를 개작해 오는 10월 〈날개만 있다면〉(가제)이란 제목으로 학전블루 소극장에 올릴 예정이다.
이재성 기자, 연합뉴스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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