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 영앤잎섬 제공
“음악성과 기교가 눈부시죠. 강렬한 에너지로 깊은 영감과 영향을 주는 사람이에요. 음악에 대한 주관이 뚜렷해 함께 연주하면 즐거워지는 피아니스트랍니다.”(아지즈 쇼하키모프)
“에너지가 강한 사람이라 그와 협연하면 많은 아드레날린이 분출돼요. 음악을 그냥 흘러가게 놓아두지 않고 예측하는 스타일인데, 이런 지휘자가 많지는 않아요.”(알렉상드르 캉토로프)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34), 그와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25) 모두 상대에게서 ‘강한 에너지’를 느낀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과 경기도 성남, 경북 안동, 경남 진주 등지에서 공연한다. 지난 8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두 사람은 각자의 조국인 우즈베키스탄과 프랑스에서 ‘클래식 천재’로 추앙받고 있다.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영앤잎섬 제공
캉토로프는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프랑스에서 단박에 스타로 떠올랐다. 이 콩쿠르에서 우승한 최초의 프랑스 피아니스트였다. 당시 최고 영예의 ‘그랑프리’도 함께 수상했다. 이 콧대 높은 콩쿠르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피아니스트는 지금껏 캉토로프와 다닐 트리포노프 단 2명에 그친다. 결선에서 그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아닌 2번을 연주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피아노 협주곡인 1번과 달리 2번은 거의 연주되지 않는 곡이라 그의 선곡이 단연 눈에 띄었다.
“저도 처음엔 1번을 준비했죠. 200번 이상 들었어요. 그런데 머릿속에 이 곡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보니 저만의 해석을 내놓기 어려웠어요.” 그러다 우연히 2번 협주곡의 악보를 접하게 됐다. “신선하고 흥미로웠어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이었죠.” 그는 “2번은 특이한 구조여서 오페라나 발레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며 “작곡가인 차이콥스키에게도 매우 개인적인 곡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전에 “청중을 압도한다는 측면에선 1번보다 덜하지만, 2번도 작품 곳곳에 엄청나게 반짝이는 순간과 신비로움이 깃들어 있다”고도 했다. 올해에만 3번이나 내한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그가 이번에 2번 협주곡을 들려준다.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 영앤잎섬 제공
스트라스부르는 독일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프랑스 도시. 두 문화의 혼융이 빚어내는 독특한 자양분을 흡수해서인지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은 ‘독일적 명료함’과 ‘프랑스적 유연함’을 동시에 지닌 악단으로 평가받는다. 지휘자 쇼하키모프는 지난해 이 악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13살에 데뷔해 18살에 우즈베키스탄 국립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임명될 만큼 일찍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 과정이 쉬운 건 아니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일부러 틀리게 연주해 제가 그걸 찾아내는지 테스트를 하곤 했어요. 저보다 한참 연배가 높은 단원들에게 음악적 확신을 심어줘야 했죠. 악보를 열심히 연구했고 책도 많이 읽었어요.” 이런 관문을 통과한 뒤엔 지휘자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높은 정확도와 뛰어난 유연성’을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1번’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 라벨이 관현악으로 편곡한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한다.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포스터. 영앤잎섬 제공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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