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휴가를 반납하고 내년 1월 서울시향 정기연주회를 지휘할 ‘긴급 대타’로 나서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야프 판즈베던. ⓒBrad Trent.jpg
뉴욕 필하모닉을 이끄는 지휘자 야프 판즈베던(61)이 서울시향의 ‘긴급 대타’로 나선다. 내년 1월12~13일 열리는 서울시향 새해 첫 정기연주회를 그가 지휘한다. 원래 이날 공연을 지휘하기로 했던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가 낙상 사고로 포디엄에 오르지 못하게 되자 판즈베던이 대신 지휘봉을 잡게 된 것. 판즈베던은 내년 7월과 8월, 11월에도 4개 프로그램으로 8차례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오는 2024년 서울시향 음악감독 공식 취임에 앞서 사실상 내년부터 그가 서울시향을 이끌게 된 셈이다.
서울시향은 핀란드에 머물던 벤스케의 부상 소식을 접한 지난 7일부터 1월 정기연주회를 대신 지휘할 지휘자를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원래 프로그램인 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을 연주할 수 있는 핀란드 출신 지휘자들을 집중적으로 접촉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베토벤 교향곡 ‘합창’을 연주하는 송년 음악회에 지휘 겸업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투입했던 서울시향은 프로그램을 바꿔서라도 가능하면 중량감 있는 국외 지휘자를 물색하려 했다. 하지만 연초 신년 연주회 등으로 빡빡하게 짜인 유명 지휘자들의 일정을 좀처럼 맞추기 어려웠다. 서울시향은 결국 판즈베던에게 긴박한 상황을 설명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연말, 연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이 시기에 가족 휴가를 잡아놨던 판즈베던은 휴가를 반납하고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판즈베던은 “서울시향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달받고 주저 없이 돕고 싶었다”며 “서울시향 단원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한국행을 결심했다. 단원들과의 만남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고 서울시향은 전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야프 판즈베던이 서울시향 내년 1월 정기연주회를 지휘한다. 서울시향 제공
판즈베던이 서울시향과 첫손을 맞출 ‘데뷔곡’은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다.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과 <트리스탄과 이졸데> 가운데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라 <박쥐>의 서곡 등도 함께 연주한다.
현재 뉴욕 필하모닉과 홍콩 필하모닉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는 판즈베던은 연초부터 바쁜 일정을 보내야 한다. 서울시향 연주 직전엔 고국인 네덜란드의 로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바그너의 곡들을 연주한다. 서울시향 공연 뒤엔 홍콩으로 날아가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브람스 교향곡 2번과 4번을 연주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