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강추] 정명훈 손끝에서 ‘명반의 감동’ 이 또다르게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그리고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우리에게는 런던 심포니보다 런던 필이 훨씬 더 익숙하다. 런던 필이 우리나라를 자주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한국 공연을 한 베를린 필과 이름이 비슷한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량이나 역사에서 런던 심포니는 런던 필을 압도한다. 둘 다 ‘런던의 빅5’(런던 심포니, 런던 필, 로열 필, 필 하모니아, 비비시 심포니)에 속하지만, 세계적 오케스트라 반열에 드는 것은 런던 심포니뿐이다. 그 격차는 최근 10~15년 사이에 더욱 벌어졌다고 한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줄어들면서 런던의 다른 오케스트라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반해, 런던 심포니는 특유의 ‘헝그리 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유연함 속 중후함
우리사주 오케스트라
쇼팽·말러를 깨운다 런던 심포니가 지난 1996년 이후 10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통산 네번째다. 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런던 심포니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다.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서 10차례의 공연을 한다. 충분한 리허설을 하는 셈이라, 지휘자 정명훈과 협연자 윈디 리, 오케스트라의 호흡은 최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틀 모두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하며,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과 말러의 <교향곡 5번>이 각각 첫날과 둘째날의 대미를 장식한다. 쇼팽의 피아노협주곡은 윈디 리가 지난 2000년 제 14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5년 동안 공석이었던 대상을 차지할 때 연주했던 바로 그 곡이다. (02)518-7343. 단원자치 1백여년
게임음악도 마다않는 첨단악단
빈틈없는 선율에
정명훈의 개성이 흠뻑 실린다
런던 심포니의 음악적 특징을 꼽으라면 단연 유럽적 중후함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충실하게 뿜어내는 소리에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음악 칼럼니스트 이재준씨는 “스펙터클한 사운드와 중용의 조형미는 런던 심포니만이 가지는 특징”이라며 “두터운 현의 소릿결, 금관의 빛나는 금속성 울림은 때로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평했다. 정명훈의 극적인 예리함을 맛본다 지휘자의 개성을 잘 드러내주는 악단이라는 평가도 일반적이다. 초대 지휘자 한스 리히터 이후 에드워드 엘가, 토머스 미첨, 피에르 몽퇴,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런던 심포니를 거쳐갔다. 2007년부터는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수석지휘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도 지휘자 정명훈의 개성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연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음악 칼럼니스트 황재원씨는 “전체적으로 긴장감 넘치는 진행을 하면서 극적인 장면에서 예리하게 돌출하는 것이 정명훈 지휘의 특징”이라며 “최근 들어 풍부한 즉흥성을 보이고 있는 정명훈의 개성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훈은 96년에도 이 악단의 내한공연을 지휘하는 등 여러차례 인연을 맺었다. 작곡가 왕치선씨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에 대해 “규칙적이고 정확하며 웅장함이 특징인 오스트로-저먼계의 음악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러 교향곡 5번에 대해서는 “평생 지휘자로 일했기 때문에, 다양한 악기의 편성에서 얻을 수 있는 음색의 다채로움, 농담의 변화, 극적 긴장감의 창출이, 음악대학에서 관현악법을 공부할 때 가장 좋은 교재로 꼽을 만큼 훌륭하다”고 평했다. 90년 녹음 역사가 빚어낸 명반 런던 심포니의 음반은 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음반 잡지 <그라모폰>이 주는 그라모폰상을 가장 많이 탔을 만큼 예술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는 공연실황을 편집한 자체 앨범 ‘엘에스오(LSO) 라이브’를 싼 값에 내놓고 있다. 1995년부터 수석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콜린 데이비스가 지휘한 베를리오즈 시리즈가 유명하다. 2001년 발매한 <베를리오즈의 트로이 사람들>은 그래미상을 받기도 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함께 녹음한 음반들이 런던 심포니의 전성기를 대표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주)시엠아이(CM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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