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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콩쿠르 아니라도…“음악가 되는 길 다양하다”

등록 2023-01-27 07:00수정 2023-01-27 09:08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3번째 음반
‘런던 빅5’ 오케스트라들과 활동
29일 예술의전당 음악회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26일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음반 <바버, 브루흐>를 발매했다. 영국 명문 관현악단 로열 필하모닉과 함께 녹음했다. 마스트 미디어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26일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음반 <바버, 브루흐>를 발매했다. 영국 명문 관현악단 로열 필하모닉과 함께 녹음했다. 마스트 미디어 제공

콩쿠르 우승이 연주자로 성공하는 유일한 경로는 아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29)가 이를 잘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는 26일 명문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음반 <바버, 브루흐>를 발매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신사동 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음악가가 되는 길은 다양하다”고 했다.

유럽에서 먼저 이름을 떨친 그를 거장 로린 마젤(1930~2014)은 2012년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아시아 공연 협연자로 점찍었다. 2014년엔 명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에게 발탁돼 남미 5개국 공연을 함께 했다.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앞서 나온 두 장의 앨범도 아시케나지와 녹음했다. 2018년엔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연주자로 활동했다. 필하모니아, 로열 필하모닉 모두 ‘런던 빅5’에 속하는 명문 악단이다.

물론 그의 콩쿠르 경력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콩쿠르 주니어 부문 1위, 시벨리우스 콩쿠르 3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4위에 입상했다. 다만 콩쿠르 입상은 그에게 그저 여러 무대에 오를 기회를 제공했을 뿐이다. 그는 18살 이후론 콩쿠르 출전을 멈췄다. “교회나 학교 등 다양한 연주 기회가 생길 때마다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대형 기획사 매니저 등이 저의 그런 모습을 몇년씩 지켜보다가 또 다른 기회를 주셨다”고 했다. 더구나 그는 음악에만 목을 매지 않았다. 네살 때부터 바이올린 활을 잡았어도 음대 입학 전까진 일반 학교에 다녔다. 공부와 음악을 병행한 것이다. 그는 “유럽에서도 일반 학교에 다니며 음악을 하는 게 일반적인 건 아닌데 공부도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새뮤얼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담았다. 바실리 페트렌코가 이끄는 영국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연주다. “연주할 때마다 특별한 불꽃이 일어나는 곡들이에요. 두 작곡가가 저와 비슷한 28~29살에 완성한 곡들이라 그런지 젊은 에너지와 성숙한 작곡의 조화가 담겼습니다.” 그는 “브루흐의 협주곡은 인생의 많은 단계를 경험하며 함께 자란 음악”이라며 특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는 콩쿠르에서 우승하지 않고도 연주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26일 앨범 &lt;바버, 브루흐&gt; 발매를 기념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마스트 미디어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는 콩쿠르에서 우승하지 않고도 연주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26일 앨범 <바버, 브루흐> 발매를 기념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마스트 미디어 제공

그는 영화음악과 현대음악에도 관심이 많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주인공인 영국 영화 <체실 비치에서>(2017)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도 녹음해 발표했다.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작곡가가 라디오에서 그의 연주를 듣고 먼저 연락해와 이뤄진 일이다. 미니멀리즘 계열 연주자 채드 로슨과 함께한 앨범도 인기를 끌었다. 피아니스트 장 주오(쭤장), 첼리스트 나레크 하흐나자랸(하크나자리안)과 결성한 젠 트리오도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음반을 냈다. 그에게 이번 음반은 일곱번째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6살에 벨기에로 이주했고, 독일과 영국에서 교육받았다. 그는 “한국에선 나를 외국 사람으로 보기도 하는데, 외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나는 어디까지나 한국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릴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시아계가 소수자라는 걸 더 실감하게 된다”고 했다.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한국인임을 느껴요. 밥과 계란말이를 도시락으로 싸서 들고 다녔어요. 외국에서 된장찌개를 파는 곳이 별로 없어 제가 직접 끓이기 시작했는데, 외국 친구들도 좋아합니다.”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의 신년음악회에 협연자로 나서 앨범 수록곡인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이후 타이, 독일, 콜롬비아에서 연주하고,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가을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무대에도 데뷔한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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