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국내 최초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 5년 만에 피날레

등록 2023-02-09 07:00수정 2023-02-09 09:16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지휘한 랄프 고토니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46곡) 연주 프로젝트를 이끈 지휘자 랄프 고토니(오른쪽)와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김민 음악감독이 악수하고 있다. 코리안 챔버 제공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46곡) 연주 프로젝트를 이끈 지휘자 랄프 고토니(오른쪽)와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김민 음악감독이 악수하고 있다. 코리안 챔버 제공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46곡) 연주는 국내 전례가 없다.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KCO)가 마침내 이 어려운 숙제를 해냈다. 햇수로 5년이 걸린 프로젝트의 피날레는 8일 저녁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41번 ‘주피터’. 핀란드 출신 지휘자 랄프 고토니가 이 대장정을 진두 지휘했다. “경이적인 프로젝트였어요. 엄청난 도전이기도 했지요.”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연습실에 만난 고토니는 “유럽에서도 얻기 드문 기회를 갖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73살에 떠난 여정을 77살에 끝마치게 됐다.

원래 한 번에 4~5곡씩 10차례 공연으로 1년 안에 매듭짓는 일정표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작하자마자 위기에 빠졌다. 2019년 12월과 이듬해 1월 2차례 공연 이후 남은 8차례 공연을 모두 취소해야 했다. 지휘자는 입국조차 어려웠다. 공연 포스터와 해설책자 1만여부가 휴짓조각으로 변했다. 재정 타격도 컸다. 악단 존폐까지 고민할 지경이었다. 좌초 일보 직전에 공연기획사 인아츠 프로덕션이 공동 주최로 합류했다. 기사회생이었다. 지난해 2월부터 공연을 재개할 수 있었다.

리허설은 영감을 쌓는 과정이다. 리허설의 품질이 연주의 성패를 좌우한다. 저명한 음악학자답게 고토니는 배경지식을 동원해 강의하듯 리허설을 진행했다. 템포와 리듬도 세밀하게 지시했다. 수시로 음악을 끊고 반복 연주를 주문했다. 그때마다 김민(81) 코리안 챔버 음악감독과 의견을 교환했다. “4시간씩, 4차례 공연 때마다 충분히 리허설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잉글리시 챔버 시절엔 1차례 리허설 하고 다음날 공연하고 그랬거든요.” 피아니스트 출신인 고토니는 모차르트 연주로 유명한 잉글리시 챔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2000~2009)로 재직한 바 있다.

저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인 지휘자 랄프 고토니(77)는 영국 명문 잉글리시 챔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9년 동안 재직했다. 코리안 챔버 제공
저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인 지휘자 랄프 고토니(77)는 영국 명문 잉글리시 챔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9년 동안 재직했다. 코리안 챔버 제공

46곡이나 되다 보니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2020년 1월 두 번째 공연이었다. 교향곡 3번 2악장을 시작하고 조금 지났는데 지휘자가 갑자기 지휘 동작을 멈췄고, 연주는 중단됐다. 박자에서 잠깐 실수가 있었던 것. 고토니는 영문을 모르는 관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에게 엄격한 지휘자였다. “모차르트의 교향곡들엔 유머와 슬픔, 행복과 드라마 등 삶의 모든 게 들어 있어요. 곡들마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각각 다른 스토리가 흐르는 거죠.” 고토니는 “곡에 담긴 저마다의 스토리를 풍부하고 생생하게 표현해내는 게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흔히 모차르트 교향곡을 41곡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음악학자들 사이에선 41~56곡으로 의견이 갈린다. 몇몇 초기 교향곡이 추가로 발견됐고, 진위 논란에 휩싸인 곡들도 있다. 코리안 챔버는 여러 연구를 바탕으로 46곡에 맞췄다. 명 지휘자 칼 뵘도 46곡의 전집을 낸 바 있다. 고토니는 “초기 교향곡 중에도 환상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보석 같은 곡들이 많다”고 했다. 41번 교향곡 ‘주피터’에 대해선 “4악장에서 5가지 다른 주제를 동시에 연주하는 대목은 마치 행성들이 태양 주변을 돌면서 만들어내는 화음과 같은데, 천재적이고 기적 같은 곡”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중에게 친숙한 40번을 두고선 “이 곡에 쓰인 G마이너는 슬픔의 조성”이라며 “드라마틱한 베토벤의 C마이너, 멜랑콜리한 슈베르트의 A마이너처럼 모차르트를 특징짓는 조성”이라고 말했다.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46곡) 연주 프로젝트를 함께한 지휘자 랄프 고토니와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코리안 챔버 제공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46곡) 연주 프로젝트를 함께한 지휘자 랄프 고토니와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코리안 챔버 제공

코리안 챔버는 그동안의 모든 연주를 정밀하게 녹음했다. 국내 최고의 음향전문가로 꼽히는 ‘톤 마이스터’ 최진 감독도 참여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모차르트 교향곡 전집은 더러 있지만, 실황 전집은 국내외를 통틀어 전례가 없다. 음반이 나오면 오는 2025년 코리안 챔버 창단 60돌과 김민 음악감독 취임 45돌을 기리는 기념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토니는 1979년 서울시향과의 피아노 협연 이래 수없이 내한했고, 많은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다. 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때마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많이 올라온다”며 “젊은 청중도 많은 한국의 음악적 장래를 아주 밝게 본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