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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대극장 뮤지컬 같은 호화 무대…희극과 비극이 쉼없이 교차한다

등록 2023-02-14 07:00수정 2023-02-14 08:55

‘셰익스피어 인 러브’ 국내 초연
1998년 개봉한 영화가 원작
셰익스피어 당대 실존 인물 등장
연극 만드는 사람들 사랑·꿈 그려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극장 안에 극장이 있고, 배우가 배우를 연기한다.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연극에 관한 연극이다. 투자자, 제작자가 나오고 오디션과 리허설도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스크린보다 무대에서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오는 부분이 많다. 1998년 개봉한 영화를 연극으로 만들어 2014년 영국 런던에서 첫선을 보였다. 각색은 <빌리 엘리어트>, <광부 화가들>의 작가 리 홀이 맡았다. 국내에선 이번이 초연이다.

영감이 메말라 슬럼프에 빠진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에게 운명의 뮤즈가 나타난다. 켄트라는 남자로 변장해 오디션을 보러 온 부잣집 딸 비올라가 그 주인공. 16세기 영국에서 여성은 연극 무대에 설 수 없었다. 비올라에게 한눈에 반한 셰익스피어는 진도가 안 나가던 대본을 술술 써내려가는데, 원래 코미디였던 대본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다. 그 작품이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 실은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내밀한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썼을 것이란 설정이 이 연극의 출발점이다. 물론 순전히 상상일 뿐, 실제로 그렇다는 증거는 없다.

낯익은 ‘청춘 스타’들 총출동
남녀주인공 3명씩 다양한 조합
공들인 무대장치도 예매1위 한몫

지난달 28일 막이 오른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서 연극 예매 1위를 달릴 정도로 인기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스타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낯익은 ‘청춘스타’들이 남녀 주인공 역으로 총출동한다. 배우 김유정과 정소민, 채수빈이 여주인공 비올라, 김성철과 이상이, 정문성이 셰익스피어 역을 번갈아 맡는다. 런던의 극장과 뒷골목 술집을 구현한 무대는 대극장 뮤지컬 세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승강 무대, 빙빙 돌아가는 회전 무대로 암전 없이 수시로 장면을 전환한다.

연극 &lt;셰익스피어 인 러브&gt;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연극 &lt;셰익스피어 인 러브&gt;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김유정. 쇼노트 제공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김유정. 쇼노트 제공

연극 &lt;셰익스피어 인 러브&gt;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정소민. 쇼노트 제공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정소민. 쇼노트 제공

연극 &lt;셰익스피어 인 러브&gt;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채수빈. 쇼노트 제공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채수빈. 쇼노트 제공

화려한 캐스팅에 호화로운 무대 장치 때문인지 ‘티켓플레이션’ 논란에도 휩싸였다. 연극치고는 전례 없이 비싼 티켓값(VIP석 11만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장소에서 무대 전환도 없이 앉아서 이야기하는 이른바 ‘응접실 연극’에서 벗어났어요. 사람들의 삶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공연 내내 단 한번의 암전도 없이 쉬지 않고 무대가 전환됩니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공연을 보면 충분히 납득할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연극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은 두개의 액자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한쪽에선 극작가 셰익스피어와 배우를 꿈꾸는 비올라의 이야기가 굴러가고, 다른 쪽에선 로미오와 줄리엣의 러브 스토리가 흘러간다.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데 객석에선 수시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곳곳에 유머 코드가 스며 있다. 출연 배우는 모두 22명. 남녀 주인공인 셰익스피어와 비올라 역을 각각 3명씩 6명의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므로 다양한 조합이 나온다. 투자자 페니맨을 연기하는 송영규·임철형과 제작자 헨슬로 역의 오용 등 연기파 배우들의 ‘감초 연기’도 재미를 더해준다.

연극 &lt;셰익스피어 인 러브&gt;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한 장면. 쇼노트 제공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등장하는 납치된 아이가 바로 스타 배우 김유정이었다. 당시 그는 여섯살이었다. 아역배우로 출발해 연기 경력 20년에 이르는 김유정에게 이번 작품은 연극 데뷔 무대다. “연극 무대는 늘 꿈이었어요. 살면서 힘들고 지칠 때 이곳에서 느꼈던 열정의 순간들을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7일 간담회에 참석한 김유정의 말이다. 그는 이어 “처음엔 무섭고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막상 시작하니 동료 배우들과 즐겁게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장 여배우’를 오가는 비올라 역이 김유정에겐 그리 낯설지 않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KBS)에서도 ‘남장 여자’를 연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배우 정소민도 이번이 첫 연극 출연이다. 정소민은 “오랜 꿈을 이뤄 행복하다”며 “이 작품이 지금의 내게 숨구멍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lt;셰익스피어 인 러브&gt;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정문성. 쇼노트 제공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정문성. 쇼노트 제공

연극 &lt;셰익스피어 인 러브&gt;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이상이. 쇼노트 제공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이상이. 쇼노트 제공

연극 &lt;셰익스피어 인 러브&gt;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김성철. 쇼노트 제공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포스터. 이 연극에 출연한 김성철. 쇼노트 제공

이 작품엔 셰익스피어가 생존했던 당대의 실존 인물들이 등장한다. 천재 작가 크리스토퍼 말로, 극장 경영의 기틀을 닦은 필립 헨슬로 등이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두 사람의 사랑뿐 아니라 연극을 만들며 꿈을 좇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했다. 김동연 연출은 “극장이란 공간 자체가 배경인 연극이라 영화보다 더 깊이 있게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씨제이(CJ)토월극장에서 다음달 26일까지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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