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극장 2023 시즌 공연 라인업 발표 기자간담회. 국립정동극장 제공
‘도심 속 문화 쉼터’를 내세운 국립정동극장이 연극과 뮤지컬, 무용, 전통예술 등 올해 모두 29편의 공연을 선보인다. 국립정동극장이 14일 발표한 공연 라인업을 보면, 연극 4편과 뮤지컬 7편, 무용 4편, 전통예술 6편, 콘서트 6편, 공연축제 2편 등이다.
우선, 역사적 배경을 담은 레퍼토리 작품이 눈에 띈다. 뮤지컬 <딜쿠샤>는 한국 근현대사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딜쿠샤’가 배경이다. 서울 종로구 행촌동의 빨간 벽돌집 딜쿠샤는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란 뜻으로, 3·1운동을 처음 세계에 알린 미국 출신 언론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 부부가 살던 곳이다. 지난해 쇼케이스 공연에 이어 오는 12월에 본 공연을 올린다. 이밖에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창작뮤지컬 <비밀의 화원>과 널리 사랑받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그리고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를 오는 9월께 다시 무대에 올린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도 올해 두 편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춘향전의 주인공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무용과 타악을 조합해 전통 연희로 구성한 <춘향>을 오는 5월에 공연한다. 전통 유랑예술단인 남사당패의 유일한 여자 꼭두쇠 바우덕이를 소재로 남사당패의 가무를 보여주는 <어릿광대>는 오는 11월 선보인다.
지난해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한 연극 <누구와 무엇>, 2021년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했던 일본 극작가 마에카와 도모히로의 연극 <태양> 등 사회·시대적 고민을 담은 작품들도 공연한다.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에이야드 악타의 희곡이 원작인 <누구와 무엇>은 미국의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이슬람 여성의 시선으로 종교와 세대 갈등을 풀어낸다. 경기도극단과 협업해 선보이는 연극 <태양>은 바이러스로 인구가 급감한 가상 사회를 배경으로 바이러스에 적응한 신인류와 적응하지 못한 구인류 간의 갈등을 그렸다.
올해로 개관 28년 차에 접어든 국립정동극장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원래 한국 최초의 극장인 원각사를 복원하려는 뜻에서 건립된 극장이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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