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으론 드물게 명문 레이블 이시엠(ECM)에서 음반을 내 주목받은 한·일 재즈 연주자들이 두 나라를 오가며 합동 연주를 펼친다. 색소폰 연주자 손성제와 드러머 후쿠모리 신야가 그 주인공. 오는 24일 도쿄에 이어 25일 세종시, 26일 서울에서 ‘이스트 미츠 이스트’(East Meets East)란 이름을 내걸고 연주한다.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The Most Beautiful Sound Next To Silence)가 모토인 이시엠 레이블 음반들은 독특한 매력을 뿜어낸다. 장인 정신으로 녹여낸 소리, 예술적 앨범 재킷 등 서정적이면서도 실험적인 미학을 구현해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과 칙 코리아,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 등 비범한 연주자들이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이 음반사를 통해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손성제는 지난 2018년 까다롭고 콧대 높은 이 레이블에서 음반을 냈다. 국악과 재즈를 접목한 <니어 이스트 콰르텟>이다. 한국인 연주자들로만 구성해 발매한 최초의 이시엠 음반이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후쿠모리 신야도 같은 해에 이 레이블에서 트리오 음반을 냈다.
이듬해인 2019년 3월 두 사람은 한국에서 피아니스트 박진영과 함께 트리오로 공연하며 합을 맞춰볼 기회가 있었다. 이내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그해 12월 일본에서 재즈 보컬 신예원과 함께 연주했다. ‘이스트 미츠 이스트’란 이름으로 진행한 첫 공연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후 공연은 중단됐고, 이번에 4년 만에 재개한다.
손성제와 후쿠모리 신야는 서양의 재즈 음악을 연주하면서 동양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절제와 담백, 여운의 사운드’가 손성제가 꼽는 두 사람의 음악적 교집합이다. 이번 공연에선 한국 피아니스트 송영주와 일본 베이시스트 니시지마 도루가 함께한다. 송영주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난해 낸 앨범에 참여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재능을 보이는 피아니스트다. 니시지마 도루는 국내에도 알려진 탱고 밴드 ‘콰트로시엔토스’의 멤버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에 색소폰이 가세하는 전형적인 재즈 콰르텟 공연인 셈이다.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는 손성제와 후쿠모리 신야가 만든 곡들이다. 여기에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 양희은의 ‘한계령’ 등 국내 가요들도 들려준다. 공연을 기획한 재즈브릿지컴퍼니의 김현종 프로듀서는 “동양적 미학이 스며든 독특한 재즈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일 재즈 교류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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