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희씨의 ‘서귀포‘
아. 그림이 시로 녹아든다
재불작가의 그림과 프랑스 정치인의 시가 만났다. 한-프랑스 수교 120돌을 맞아 재불 작가 강명희(59)씨와 프랑스 수상 도미니크 드 빌팽(53)의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화제의 전시는 9일 창원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개막한 ‘강명희 그림과 드 빌팽 시와의 만남’ 전(5월31일까지). 5년 이상 인연을 맺어왔다는 강씨 그림 211점과 드 빌팽의 시 20여편이 어우러졌다.
이 전시는 지난해 8월 베이징 국립중국미술관에서 같이 열었던 시화전을 도립미술관의 간청에 따라 다시 국내로 옮겨온 것이다. 강씨의 그림을 수집해온 드 빌팽과의 교분이 바탕이 됐다고 한다. 주미대사와 외무장관을 지낸 드 빌팽은 문학평론을 쓰고, 정치수상록집 등도 낸 시인. 평화와 인류애를 주제로 한 시를 즐겨 쓴다고 미술관쪽은 설명했다.
출품된 강씨의 그림은 세계 여행 중 접한 사막, 극지, 오지 등의 자연을 추상적 선으로 재현한 작품들이다. 같이 붙은 드 빌팽의 시는 <존엄> <먼지> <전쟁> 등 자연과 인간현상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강씨는 “40여년간 시와 그림은 하나란 생각으로 작업해왔는데, 드 빌팽의 시를 읽으면서 통하는 면이 많아 시화전까지 마련했다”며 “두 나라 친선을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씨는 1972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퐁피두 센터와 갤러리 드 프랑스,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대전 엑스포 등에서 전시회를 연 바 있다. 80년대 서울미술관을 운영했던 화가 임세택씨의 부인이다. 한편 두 사람은 <드 빌팽 & 명희, 시와 화>라는 제목의 시화집도 출간한다. (055)211-032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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