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창단 475주년 기념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에서 지휘자 정명훈(왼쪽)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휘자 정명훈(70)은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13살 때 처음 그의 연주를 들었다. 2007년이었다. “음악적으로 완전히 이해하고 연주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그 어린이가 이제 어른이 돼버렸군요.”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명훈은 조성진의 어깨를 토닥였다. 정명훈은 “그동안 가장 많이 협연한 연주자가 조성진”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2일(세종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3일(롯데콘서트홀), 4일(아트센터 인천), 5일(서울 예술의전당)로 이어진다.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과 베버의 ‘마탄의 사수’ 서곡도 들을 수 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창단 475주년 기념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합뉴스
창단 475돌을 맞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다. 1548년 독일 작센의 선제후가 궁정악단으로 창설한 이후 지금도 명문 악단으로 세계를 누빈다. 정명훈은 2012년부터 이 악단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올해 70살, 고희를 맞은 정명훈이 이 유서 깊은 악단을 이끌고 국내에서 6차례 공연한다.
7일과 8일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브람스의 교향곡 전곡(4곡)을 연주한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깊어질 수 있는 관계가 있잖아요. 이 악단과는 20년쯤 되다 보니 굉장히 친해졌고, 여유가 생겨서 일하기 편해요.” 정명훈은 “이런 좋은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국내에서 한 번에 6차례나 소화할 수 있게 된 것도 우리 음악계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거 아니겠냐”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는 “정명훈은 일일이 지시하지 않고 단원들에게 공간과 여백을 부여하는 리더십으로 맥박이 고동치는 연주를 만들어내는 지휘자”라며 “단원들이 정명훈 지휘자를 대부(갓 파더)라고 부르면서 존경한다”고 전했다.
에이드리안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 연합뉴스
조성진은 정명훈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만 10번 넘게 협연했다. “운 좋게도 중학교 3학년 때 이후 정명훈 선생님과 7~8곡의 협주곡을 연주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면서도 “처음부터 정명훈 선생님과 연주하는 버릇을 들이다 보니 스탠더드(기준)가 높아져서 나중엔 그게 조금 힘들었다”며 웃었다. 옆에 앉은 정명훈도 쑥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조성진은 이번에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 “너무 유명한 곡이어서 연주할 때마다 부담이 된다”며 “이런 곡을 연주할 땐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더 잘 칠 수 있겠느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곡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악보 연구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창단 475주년 기념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 연합뉴스
정명훈은 이날 시간이 흐른다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감회가 많은 듯 여러 차례 반복해 이야기했다. 브람스 교향곡을 두고도 나이에 따라 느낌이 달라졌다고 했다. “브람스 1번 교향곡은 10년 지나니까 음과 뜻을 소화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4번 교향곡에 이르러선 아무리 해도 모자랐는데, 20년쯤 하다 보니까 소리가 자연스러워지고 나아진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 제 나이가 오십 조금 넘었는데, 브람스가 그 곡을 만든 나이하고 비슷했어요.”
그는 이어 “요즘 젊은 사람들이 내가 했던 때보다 몇배 더 잘하는 걸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며 “저도 그만큼 살았으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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