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계 대모’로 불린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바이올린계 대모’로 불린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1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4.
고인은 뛰어난 연주자였고, 최고의 스승이었다. 경희대와 서울대, 한예종에서 수많은 제자를 키워냈다. 정년퇴임 이후에도 한예종 예술영재교육원 원장으로 재직하며 영재 발굴에 힘썼다. 서울예고와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했고, 1974년 스위스 티보바가 국제 음악콩쿠르 1위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국내 현역 바이올린 연주자 중에 그의 가르침을 받지 않은 이가 드물다. 클라라 주미 강과 임지영, 양인모, 김동현 등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대표적이다. 정준수·김현미·양고운·김현아·이경선·백주영·유시연 등 중견 교수들과 노부스 콰르텟의 김재영, 신아라·지아 자매 등도 이른바 ‘김남윤 사단’에 속한다. 제자들이 ‘윤사랑회’란 모임도 만들었다.
수많은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했다. 2001년 한국 연주자로는 처음으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차이콥스키·시벨리우스·파가니니·사라사테·하노버 등 유수의 콩쿠르에도 심사위원으로 초대됐다. 2021년엔 윤이상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모든 걸 쏟아붓는 열정적이고 정성 어린 레슨으로 제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가르침 중독자’란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그는 평소 “오직 제자들 잘하는 것만 생각한다”고 말하곤 했다. ‘연습을 하루 거르면 자신이 알고, 이틀 빠지면 비평가가 알며, 사흘 안 하면 청중이 안다.’ 그가 한예종 음악원 교수실에 걸어놓았던 문구다. 암 투병 중에도 휠체어를 타고 예술영재원을 찾아가 학생들을 가르쳤다.
장례는 한예종 음악원장으로 열린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15일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딸 이영·이수정씨, 아들 윤준영씨가 있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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