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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코로나 3년 서울시향 이끈 벤스케 ‘고별 무대’

등록 2023-03-28 08:00수정 2023-03-28 08:49

“윤이상 음반 녹음, 탁월한 선택
서울시향과도 시벨리우스 교향곡
7곡 모두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
30·31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공연
임기 3년의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마친 핀란드 출신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70)가 지난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시벨리우스 교향곡 6번을 연주한 뒤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임기 3년의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마친 핀란드 출신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70)가 지난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시벨리우스 교향곡 6번을 연주한 뒤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지난 24일 저녁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지휘자는 다리가 불편해 보였다. 느릿한 걸음으로 포디엄에 오르더니 놓여 있던 회전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지난 3년 동안 서울시향을 이끈 오스모 벤스케(70)의 ‘고별 공연’ 가운데 하나였다. 앉아서 하는 지휘였지만 벤스케는 날렵하게 지휘봉을 휘저어 선명한 선율, 살아있는 리듬을 끄집어냈다. 카렐리아모음곡,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6번 모두 그의 고국인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작품이었다.

지난해 말 서울시향 음악감독 임기를 마친 그에게 지난 3년은 불운이 겹친 시기였다. 임기가 시작되자 팬데믹이 들이닥쳤고, 지난해 12월엔 낙상 사고까지 당했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골반이 완전히 부서지고, 오른쪽 어깨가 부러져 침대에 오래 누워 있었다”며 “의사들은 6개월 정도 걸릴 거라고 했지만, 회복 속도가 빨라서 기쁘다”고 했다. 1월 말엔 휠체어에 앉아 다시 지휘봉을 잡았고, 3주 전부터 의자에 앉은 채로 지휘할 수 있게 됐다.

24·25일에 이어 오는 30·3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그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과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서울시향과 헤어지는 ‘작별 의식’과도 같은 4차례의 공연을 ‘시벨리우스 특집’으로 꾸민 셈이다. 그는 자타공인 ‘시벨리우스 전문가’다. 그가 라티 심포니, 미네소타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녹음한 시벨리우스 전집은 명반으로 꼽힌다. 특히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1·4번 음반은 독일 음반평론가협회상과 미국 그래미상 교향악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그는 “서울시향과도 시벨리우스 교향곡 7곡을 모두(7번은 2019년 객원지휘)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벤스케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주목받았다. 미국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장 파업을 겪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그가 정상화했다. 2020년 부임할 때까지 서울시향은 음악감독이 공석이었다. 2014년 정명훈이 떠난 이후 새로운 지휘자를 들이지 못했으니 그 공백이 크지 않을 수 없었다. 벤스케는 “부임했을 때엔 서울시향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며 “서울시향이 하나의 앙상블로 연주하도록 한 것이 내 임기 중에 이룬 큰 진전”이라고 했다.

그는 윤이상 음반 녹음을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성과로 꼽았다. “윤이상의 곡을 녹음하겠다고 하자 주저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한국 교향악단이 왜 한국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고 녹음해야 하는지 한참 설득해야 했지요.” 서울시향은 지난해 스웨덴 레이블 ‘비스(BIS)’를 통해 윤이상의 후기 작품 3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했다. 국내 교향악단이 최초로 발매한 윤이상 음반이었다. 그는 “윤이상의 음악은 매우 독창적”이라며 “이 중요한 작품들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한국이 그의 음악을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연주하지 않는다면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말할 겁니다. 핀란드 작곡가들의 동시대 곡을 연주하거나 녹음할 때 핀란드 오케스트라가 나서지 않는다면 누가 연주하겠습니까?”

지난해 말 낙상 사고로 골반 골절상을 입은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는 지난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회전의자에 앉은 채로 지휘했다. 서울시향 제공
지난해 말 낙상 사고로 골반 골절상을 입은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는 지난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회전의자에 앉은 채로 지휘했다. 서울시향 제공

이제 그의 나이 일흔. 특정 오케스트라에 매이지 않는 객원지휘자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을 이끌며 베토벤, 말러, 시벨리우스 교향곡을 담은 뛰어난 음반을 녹음했다. “이제 인생의 마지막 장에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주의보다 음악에 대한 사랑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좋은 연주를 강요하기보다 더 좋은 연주를 하도록 초대하는 쪽으로 가고 싶군요.”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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