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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바이올린 거장 카바코스 “음악이 삶이고, 삶이 곧 음악”

등록 2023-04-02 14:05수정 2023-04-03 02:18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연주
문 전 대통령 부부도 관람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지난달 31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통영음악제 개막연주회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지난달 31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통영음악제 개막연주회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이 끝나자 많은 청중이 기립 박수를 쳤다. 그 중엔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도 있었다. 바이올린 연주는 그리스 출신 거장 레오니다스 카바코스(56). 지난 31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경계를 넘어’란 주제로 시작된 제21회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연주였다.

공연 직후 만난 카바코스는 훤칠한 키에 지적인 풍모를 드러냈다. 만족스러운 연주였는지 묻자, “이곳 음향시설이 훌륭하다”며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나보다 관객의 평가가 더 중요한 거 아니냐”며 웃었다. 공연에서 불태운 에너지를 보충하려는 듯 그는 초콜릿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그는 올해 통영음악제 상주 연주자로 개·폐막식 연주 등 모두 4차례 무대에 오른다. 음악제는 오는 9일까지 이어진다.

그는 1985년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18살, 최연소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에도 파가니니, 나움버그 콩쿠르 등을 휩쓸었다. 압도적 기교에 깊이 있는 해석, 풍부한 표현력을 겸비한 연주자로 평가받았다. 통영음악제 예술감독인 작곡가 진은숙은 이날 간담회에서 그를 ‘현존 최고의 거장 바이올리니스트’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진은숙은 그를 위해 바이올린협주곡 2번 ‘정적의 파편’을 만들었다. 진은숙은 “카바코스는 제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수준의 연주를 하는 분”이라며 “이 연주자가 아니었다면 굳이 두 번째 바이올린협주곡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25분짜리 단악장의 이 곡을 지난해 1월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카바코스가 초연했다. 이번 음악제 폐막 무대에서 그가 아시아 초연으로 이 곡을 연주한다. 그는 “대단히 연주하기 어렵지만, 음악적 색채와 깊이, 분위기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곡”이라며 “이런 곡을 받은 건 음악가로서 큰 특권이자 행운”이라고 했다.

카바코스는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에 대해 “놀라운 수준의 연주력”이라며 “이들과 같이 무대에 서면 내가 더 큰 영감을 얻게 된다”고 했다. 그는 3일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와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김선욱(피아노), 양인모(바이올린), 한재민(첼로), 박하양(비올라)과 같이 연주한다. 젊은 연주자 양성에도 관심이 많다. 전 세계의 유망한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그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길 꿈꾼다. 이번 음악제에서도 국내 연주자를 위한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공모를 통해 선발한 8명 가운데 그가 3명을 선택했다.

카바코스에게 음악은 ‘삶 자체’였고, ‘균형 잡힌 우주와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연주할수록 음악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음악이라는 걸 깨닫게 돼요. 음악 안에서는 수많은 것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작용하기 때문에 하나가 바뀌면 모든 것이 다 바뀌죠. 정말 연약하고 깨지기 쉽지만 고정돼 있지 않고 우리 삶처럼 끝없이 살아 움직여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바로 삶이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란 믿음, 이것이 제 연주의 원동력이자 영감입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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