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에게 술을 먹여봐?
마당놀이로 유명한 극단 미추의 20주년 기념공연은 ‘술 이야기’다.
탁월한 구성력과 재치있고 맛깔스런 어휘구사로 주목받고 있는 극작가 배삼식은 조선시대 실제로 있었던 금주령을 소재로, 왕의 권위에 맞서 반기를 들고 기행을 벌인 한 소년의 행적을 코믹하게 풀어놓는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녔지만 천한 무수리 소생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근심해야 했던 왕과, 그러한 왕의 내면적 고뇌를 읽어내고 자신의 일생을 걸어 왕에게 한 잔 술 권하기에 도전하는 어느 소년의, 신분을 뛰어넘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교감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 전통극의 방법과 정신을 현대적 연극으로 부흥시키는 작업을 한결같이 추구해온 극단 미추 대표 겸 예술감독 손진책이 연출을 맡았다. 최고의 희극배우로 손꼽히는 윤문식을 비롯해, 김종엽, 정태화, 이미숙 등 극단 미추의 베테랑 배우들이 풍자와 해학의 진경을 펼쳐 보인다. 17~26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747-5161.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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