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타이틀곡 ‘난 알아요’로 국경 넘은 활동
수백개로 쪼개진 세련된 비트 위에 다양한 멜로디가 입혀졌다. '쿵쾅'대는 사운드와 찌릿찌릿한 전자음은 머리와 가슴에서 울린다. 힙합 비트에 랩 라임(rhymeㆍ운율)이 절묘하다. 고개가 절로 상하 운동을 한다.
로맨틱한 '와줘'(1집), 리드미컬한 '열정'(2집) 때보다 더욱 강렬해진 힙합 사운드엔 세븐(본명 최동욱ㆍ22)의 나이답지 않은 고집이 담겼다. 대중성과 음악성의 경계를 너끈히 줄타기한 세븐의 3집 '24/SE7EN'은 표절 시비가 붙을 '꺼리'도 남기지 않았다.
세븐 스스로 "인트로, 인터루드, 아웃트로 곡까지 '시간 때우기용'으로 치부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자신할 정도. 각 수록곡은 싱글 넘버로도 손색없다.
100여 곡을 수집해 30여 곡을 녹음했고 이중 17트랙을 3집에 채웠다.
타이틀곡 '난 알아요'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히트곡 '난 알아요'의 후렴구가 차용돼 노랫말이 귀에 착착 감긴다. 최신 R&B 트렌드인, 반복적인 신시사이저 음이 노래 전반에 흐르는 어셔 스타일의 크렁크앤비(Crunk&B)와 빠른 비트를 주무기로 한 크렉 데이비드로 대변되는 투스텝(Two Step) 스타일이 혼합된 느낌이다.
그러나 '열정' 당시 어셔의 '예(Yeah)'를 베꼈다는 비판은 이번엔 나올 여지가 없어보인다. 팝시장 최고의 작곡가들이 사용하는 최신 미디(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장비로 그들의 트렌드를 뛰어넘은 새로운 소리와 비트를 창작하는 데 주력한 덕택이다.
음반 구성은 강약과 템포 조절에 성공했다. 수록곡 '난 알아요' '러브 스토리' '벌레' '밤새도록'이 신경 세포를 바짝 조였다가도 알알이 박아놓은 슬로우 넘버들이 긴장을 풀어준다. '와줘'의 후속 버전인 '와줘 Part 2'에 잔잔하게 깔린 기타 소리, '그 남자처럼'의 통기타 사운드와 코드 진행은 어쿠스틱한 느낌마저 준다. 이 대목에선 허스키한 비음이 단점이던 세븐의 가창력 신장을 느낄 수 있다. 댄스만 앞세운 비디오형 가수가 아님을 입증한다.
"작년 10월로 예정된 음반 발매일을 6개월간 미뤘어요. 완벽하지 않으면 들려주지 않겠다는 일념 때문이었죠. 1ㆍ2집은 아쉬움이 컸지만 3집은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들어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집 작업 내내 세븐은 작곡가ㆍ프로듀서들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내 음악, 내 무대에 대한 그의 애착을 꺾기란 쉽지 않았다.
"녹음할 때나 디렉터볼 때 앞에 있던 모든 사람과 싸운 것 같아요. '여기선 이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걸 끝까지 밀고 나갔죠. 제가 추구해오던 힙합 느낌을 살리고 비트를 중시했어요. 가사에선 유치하더라도 남들이 안쓰고 오래 남는 표현을 넣었고요. 결국 99% 정도 제 의견이 수용됐어요. 고집이 좀 셌나요?"(웃음)
그럼에도 휘성, 원타임의 테디, 지누션, 페리, 마스터우 등 YG패밀리는 세븐을 위해 사심 없이 힘을 보탰다. 휘성은 소속사 사무실에 들렀다가 그의 음악을 들은 후 "가사를 써보겠다"며 음원을 가지고 가 '러브 스토리' '벌레' '내 입 좀 막아줘' '런'(세븐과 공동 작사) 등 뚝딱 네 곡을 완성했다.
곡을 선물한 테디ㆍ페리와는 음악적으로 찰떡궁합이다. "우린 서로 잘 맞아요. 같은 노래를 들어도 '좋다, 안좋다'란 의견이 같아요. 음악적인 센스, 듣는 귀가 비슷한가봐요. 테디와 페리가 절 생각하고 쓴 곡은 저에게 잘 맞아요. 제 냄새가 나요."
가만, 듣고 있자니 그의 음악에 대한 설명은 2집 때보다 쫀득쫀득, 말랑말랑해졌다. 남이 차려준 밥상 앞에서 받아먹기만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작년 4월 미국 LA에서 새긴 왼쪽 팔뚝의 문신이 음반에 임한 자세의 징표다. 손수 디자인한 날개 달린 높은음자리표. 날개엔 '7'이 그려져 있다. "세븐이 음악과 함께 날아오르겠단 의미랍니다."
작년 한 해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권을 넘나든 것도 세븐 변화의 주요 축이다.
"수많은 무대에서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소화했어요. 이젠 뭐든 알 만큼 알죠. 그냥 3집 가수라고 무시하기엔 많은 활동을 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일본에선 제 스타일을 가미한 J-POP으로 수차례 대형 콘서트에 나서며 아이돌 스타란 선입견이 엷어졌어요."
성숙하고 강한 남성미를 발산하려는 이미지 변화 시도도 이와 발맞춰 나가려는 심산이다. 트레이닝을 통해 팔근육이 단단하게 붙었다. "방송 20분 전 팔굽혀펴기로 근육을 탄탄히 살려요. 효과 만점입니다."
해외 활동도 병행하지만 1년 넘게 국내 활동에 소홀히 했다는 판단에 3~4개월간 후속곡 2곡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난 알아요'의 안무에도 심혈을 기울었다. 잘게 분절된 손발의 움직임, 댄서들과의 집단 퍼포먼스는 강한 노래에 파워를 더한다.
"하이테크, 와와, 나나 등 국내 내로라 하는 안무팀 리더 2명씩이 차출된 드림팀으로 백댄서 팀을 구성했어요. 리더들이어서 자존심이 셀 텐데 절 위해 선뜻 응해줘서 무척 감사했어요."
해외 활동도 병행할 수밖에 없다. 4월 일본에서 새 싱글을 내고 4월 도쿄 요요기체육관, 5월 오사카 그란큐브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펼친다. 오사카 공연은 팬들의 요청에 1회를 추가했다. 6월께 국내 단독 공연을 준비중이고 여름엔 이번 3집이 중국에서 라이선스로 발매된다.
YG패밀리, YG엔터테인먼트 소속사 양현석 이사, 댄서팀의 전폭적인 지지로 세븐의 국내외 활동은 올해도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