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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새앨범 낸 허밍어반스테레오·페퍼톤스

등록 2006-03-22 18:37

‘반짝’ 터지는 순간을 즐겨봐

상큼한 아이스크림 같은 앨범 2장이 나왔다. 싱그러운 노래들이 몽글몽글 터져 나온다. ‘허밍어반스테레오’의 두 번째 앨범 <퍼플 드롭>과 ‘페퍼톤스’의 첫 앨범 <칼라익스프레스>다. 일렉트로니카를 뼈대 삼고 보사노바, 재즈 등으로 살을 붙인 이른바 ‘시부야케이’ 음악의 테두리 안에서 봉오리 졌다.

생각하기 전에 느끼는 음악이다. 다만 문득 현실로 돌아 온 뒤 느낄지 모를 ‘뭘 들었지?’ 따위 허망함은 듣는 사람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재주꾼들은 햇살 받아 반짝이는 순간에 주목하고 적어도 이 찰나 만큼은 매끈하게 뽑아낸다.

이지린의 프로젝트 그룹
발음·운율 ‘톡톡’ 튀네

달콤한 소꿉장난 ‘허밍어반스테레오’는 이지린(25)이 혼자 꾸리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또래인 허밍걸, 시나에, 슈가플로, 브라운버니 등 객원보컬이 참여했다. 이지린은 낱말의 뜻보다 발음과 운율에 방점을 찍는다. 멜로디는 귀엽게 반복하고 리듬은 세련되게 나눴다.

두 번째 앨범도 이 연장선 위에 있지만 멜로디의 굴곡은 강화됐다. 노랫말은 “보면 볼수록 원빈 오빠를 닮았단 말이야”(‘스토커’)처럼 소녀의 일기 같다. 영화 <신시티>의 대사를 따오는 식으로 의미를 삭제하고 낱말을 악기처럼 이용하는 시도는 계속됐다. 떠도는 노랫말과 기승전결를 뛰어넘는 멜로디는 질척거리는 감정 이입을 방해한다. 그래서 홀가분하게 즐길 수 있는데, 이 앨범이 지난 양날의 칼이다.

‘허밍어반스테레오’의 이지린 인터뷰

-음악은 어떻게 시작했나?

=22살 때 아는 형이 컴퓨터로 음악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재미로 노래 만들다 내 돈 들여 짧은 앨범(이피) 500장을 찍었다. 이게 알려져 정식 앨범을 내게 됐다.

-노랫말은 어떻게 쓰나?

=여행 뒤엔 기념품이, 연애엔 영수증만 남는다. 다른 가요처럼 (이별이 슬퍼서) 죽지 못해 안달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내 음악은 심각하지 않다. 영화 대사를 따오면 노랫말을 쓸 필요가 없어서 좋다. 영어, 프랑스어 등의 느낌도 살릴 수 있다.

-일본의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 등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분 나쁘지 않다. 예술가가 되려면 자기만의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나는 재미있어서 음악을 할 뿐 예술가는 아니다. 사실 유행은 비슷하다. 일렉트로니카 하위 장르인 하우스를 한다고 치면 드럼 부분은 기본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다.


같은과 친구끼리 의기투합
낙천적 에너지 흘러넘쳐

상큼한 우울증치료제 신재평(25·기타)와 이장원(25·베이스)가 꾸린 ‘페퍼톤스’의 음악에는 낙천적 에너지가 넘친다. 훌쩍 여행을 떠나야 할 듯하다. 이들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산학과 친구들인데 3년 전 밴드로 뭉쳤다. 결성 목표 자체가 “신나는 음악을 만들자”였다.

컴퓨터로 만든 건반과 오케스트라 소리까지 통 크게 달려나와 음악의 질감을 두텁게 한다. 리듬은 빠르게 뛰며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다. 멜로디는 대중의 귀를 사로잡을 만큼 쉽고 감칠맛 난다. 객원보컬인 뎁(본명 김민경)의 목소리도 꾸밈없다. ‘하이 로맨스’에는 도시의 외로운 그림자가 언뜻 스치는데 이를 담은 음악은 장난스럽다. 세상에 풀기 어려운 문제가 수없이 많다는 걸 알지만 잠시나마 즐겁자고 애쓰는 중이다.

‘페퍼톤스’의 신재평 인터뷰

-낙천적인가?

=먼 미래는 생각 안하고 닥친 일만 열심히 한다. 올해 졸업인데 진로는 걱정된다. 너무 낙천적으로 살았나 보다. 다른 건 잘 못하고 음악이 재미 있어서 나는 계속 할 건데 이장원은 다른 쪽을 알아보고 있다.

-음악은 어떻게 시작했나?

=대학 들어와 독학했다. 재능은 별로인데 그냥 열심히 했다. 6곡을 음반제작사에 보냈다. 진지했던 건 아니다.

-첫곡 ‘레디, 겟셋, 고’가 일본 만화영화에 나오는 노래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해한다. 만화영화 주제곡을 많이 만든 칸노 요코의 엄청난 팬이다. 또 ‘피치카토 파이브’ 등도 많이 들었다. 그런 영향이 자연스럽게 배나올 것이다.

-감각적이라 되레 듣고 난 뒤엔 쉽게 잊혀지기도 한다.

=양면이 있다. 취향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도 경험이 쌓이면 좀더 깊이 있는 이야기도 담아보고 싶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카바레사운드·파스텔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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