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한 전통 목조각들 사이에 멋자랑이 한창이다. 오방색 입힌 나비, 새, 물고기, 모란, 봉황, 연잎 등의 나무 조각들이 벽을 빼곡히 채웠다. 진열대에는 조선 후기부터 일제시대, 해방 이후까지의 숱한 인간군상들이 조각상으로 섰다. 익살스러운 도깨비 모양의 상여 용수판, 줄타기 등의 온갖 재주를 부리는 목각 광대상, 젖가슴 드러낸 아낙상, 원숭이 안은 동자상 등이 줄줄이 보인다. 심지어 무서운 표정의 일제시대 순사나 국군 병사의 목각상도 있다.
도깨비 광대 아낙 동자 일제순사 국군…
조선 후기 이후 전통 목조각 5천점 전시
22일 서울 인사동에 개관한 목인박물관(관장 김의광)의 전통 목조각들은 험한 풍상의 세월을 살아냈던 선인들의 간절한 기원과 의례 풍속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실체들이다. 50년대 가옥을 개조한 1, 2층 전시장에 각양각색의 목조각들을 전시 중인 이 박물관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조선 후기 이래의 전통 목조각상들을 한데 모은 전문 전시장이다. 지금도 공백인 조선 후기와 근대기 전통 조각사 연구에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관장은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약 20년간 전국 곳곳을 누비며 국내와 동남아 전통 목조각을 모았다고 한다. “70년대 외국인 지인의 집을 우연히 갔는데, 누구도 신경쓰지 않던 전통 목조각들을 모아놓고 감상하는 데 놀랐지요. 색감, 형태 등이 우리 미감과 맞고 편안한 데다, 남들이 그냥 지나쳤던 민예품이라는 데 더욱 애착이 갔어요.”
목조각들은 흔히 ‘목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과 각종 동물의 형상을 나무에 새긴 전통 목조각상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각종 의례와 종교·주술 행사 등에 쓰려고 만든 것인데, 상여 장식, 장승, 무덤 부장품인 목용, 복을 빌기 위해 무당 등에 들어갔던 신상 등 종류도 다양하다. 5000여점이나 되는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는 아름다운 채색의 상여 장식물, 부장용 목용이 가장 많다. 저승길 동무로 만든 이들 목조각은 시대별로 양식이나 수법은 물론 소재도 다양하게 변해 풍속사를 파악하는 1차자료다. 김 관장은 “전통 목조각은 미술사·풍속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양식 변천이나 계통사 등 많은 부분이 안개에 싸여 있다”며 “소장품들을 연구자료로 적극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미술관쪽은 상설전시와 함께 연중 3~4개월 정도의 특별 기획전을 차려 소장품을 공개하고, 관련 연구서 발간, 해외전시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입장료 5000원. (02)722-5055, 5066.
노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