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앉아 쉬고 싶어라
바트라컬렉션·알토·우치다·국내 건축가 등 솜씨
올 봄 미술판 한켠에는 양질의 디자인 전시들이 우뚝하다. 우리들이 즐겨앉는 의자를 주된 주제로 내걸었다. 전문 디자이너나 건물 설계작업의 딸림 작업으로 즐겨 의자나 가구를 설계하는 건축가들의 작업들이 다수 나왔다.
서울시립미술관에 마련된 ‘위대한 의자, 20세기의 디자인’(4월30일까지·02-2124-8938)은 유명 대가들의 의자 디자인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의자 컬렉션으로 이름높은 스위스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의 소장품 100여점을 가져와 지난 100여년간 의자 디자인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찰스 임스, 베르너 펜턴, 재스퍼 모리슨 등 전문 디자이너들의 심플한 의자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 등 건축거장들의 의자들도 같이 나왔다. 비트라 컬렉션의 전시는 문화계 명사들이 의자 명품에 앉아 촬영한 흑백사진을 같이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도 첫 국내전 기념으로 사진작가 준 초이씨가 이명박 서울시장,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국악인 안숙선, 방송인 김제동씨 등이 의자에 앉은 모습을 찍어 전시중이다. 이 시장이 정치적 의도로 사진에 들어갔다는 논란도 일어 전시는 뜻밖의 유명세도 탔다.
경기도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KDC)에서는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 거장인 알바 알토(1898~1976)의 특별전인 ‘알바 알토, 시대를 초월한 표현’전(4월16일까지·031-780-2020)을 열고 있다. 엘(L)자형의 파이미오 의자와 유리, 조명, 16개의 주택 모델 등 보통 사람들의 편안함을 중시한 그의 건축철학과 만날 수 있다.
국내 건축가 12명이 고안한 가구 디자인도 선보인다. 서울 대학로 쇳대박물관에서 연 ‘건축가의 가구전’(24~ 4월30일·02-766-6494)이다. 승효상, 서혜림, 황두진씨 등 중견 건축가들이 섬유, 목재, 아크릴, 패브릭 등 다양한 소재로 짠 의자, 탁자, 조명, 소파 등의 금속제 가구 25점을 내놓았다.
가장 일본적인 디자이너 거장 우치다 시게루(63)의 첫 국내 개인전(26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02-395-0331)은 회고전 얼개로 실내 디자인 대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앉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출세작 ‘프리폼 체어’(1968)를 비롯해 그의 새로운 등록상표가 된 일본식의 미니멀한 다실 등이 나온다. 이밖에 서울 신문로 영국문화원에서는 영국의 새 이미지를 주제로 한 디자인 공모전(4월15일까지·02-3210-5564)이 열리고 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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