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국제음악제에서 핀란드 출신 지휘자 오코 카무(77)가 심프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오푸스 제공
15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음악제가 ‘낭만’을 노래한다. ‘낭만의 음악가 브람스’의 실내악과 피아노곡, 교향곡을 집중 조명한다. 코로나 시기에 ‘위로’와 ‘희망’에 초점을 맞췄다면 연주자들이 마스크 없이 무대에 오르는 올해엔 음악의 본질인 아름다움에 중점을 두겠다는 거다. 다음 달 7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지는 음악제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1회부터 참여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은 “늘 해온 멤버들이라 호흡이 익숙해서인지 조금만 연습해도 잘 맞는다”며 “(상시 오케스트라가 아닌)페스티벌 오케스트라지만 하모니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2회부터 참여한 첼리스트 김민지는 ‘편안함’을 이 음악제가 지속해온 원동력으로 꼽았다. 지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두 사람은 누구보다 일정이 바쁜 연주자들로 손꼽힌다.
2009년 ‘음악을 통한 화합’을 내걸고 출범할 당시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류재준은 서른아홉이었다. 그는 “한국에 훌륭한 음악가들이 이렇게 많은데 국제음악제 하나 없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현대 음악의 거장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말에 자극이 됐다. 류재준의 스승인 펜데레츠키는 출범 당시 명예 예술감독도 맡았다.
15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음악제를 앞두고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연주자들. 왼쪽부터 백주영(바이올린), 김상진(비올라), 김민지(첼로), 김홍박(호른). 오푸스 제공.
실내악이 중심이던 음악제는 연륜이 쌓이며 서울국제음악제 오케스트라(SIMF·심프오케스트라)가 주축이 됐다. 2010년 창단한 ‘앙상블오푸스’의 핵심 멤버들이 단원 선발을 책임진다는 게 이 악단의 최대 특징이자 장점. 바이올린에 백주영과 송지원, 첼로에 김민지와 심준호, 비올라 김상진, 클라리넷 조인혁과 김한, 플루트 조성현, 호른 김홍박, 바순 유성권 등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다.
해외 연주자들도 적잖이 참여한다. 비올리스트 김상진은 “감히 말하건대 심프오케스트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관악 파트에 세계적 수준의 솔리스트들이 이렇게 모인 오케스트라는 드물 것”이라고 했다. 호르니스트 김홍박은 “이 오케스트라 멤버들을 보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거들었다.
올해 주제가 ‘낭만’이지만 서울국제음악제가 맞닥뜨린 상황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일부 후원이 끊겨 개막공연으로 잡아놓았던 ‘바그너 갈라 콘서트’를 취소해야 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바그너의 오페라 서곡 2곡과 아리아 10곡으로만 채우는 공연이어서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류재준 예술감독은 “경기가 불황이어서인지 협찬하기로 했던 곳들이 갑자기 어렵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축소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곡절을 겪었다. 2016년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도 익명 후원자들의 지원에 힘입어 꿋꿋하게 음악제를 이어왔다.
첫회부터 특정 국가의 음악을 소개한다는 점도 이 음악제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올해는 핀란드 수교 50돌을 맞아 10월10일엔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전설’, 마그누스 린드버그의 ‘클라리넷 오중주’를 연주한다. 14일 폐막 공연에선 ‘영국 빅5’ 관현악단 가운데 하나인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바실리 페트렌코 지휘로 브람스 교향곡 1번과 류재준의 신작 트럼펫 협주곡을 선보인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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