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품들이 미국 뉴욕 경매시장에 처음으로 대거 출품돼 비교적 쏠쏠한 판매고를 올렸다.
해외 경매사 소더비와 국내 화랑 등에 따르면 31일(한국시간 4월1일) 소더비가 뉴욕에서 한ㆍ중ㆍ일 현대 미술품을 모아 마련한 동아시아 3국 미술품 경매 결과 국내 작가 24명의 출품작 25점 가운데 23점이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경매는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인 뉴욕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경쟁력을 평가받는 첫 시험대이란 점에서 미술동네의 관심을 모았었다.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중견작가 이우환씨의 추상화 <무제>.
이번 경매에서는 국내 원로·중견·청년 작가들의 작품들이 골고루 나와 추정가 혹은 추정가를 다소 웃도는 값에 팔렸다. 가장 비싼 작품은 중견작가 이우환(70)씨의 추상화 <무제>(1982년작). 추정가(5만∼7만달러)보다 높은 16만8천달러(한화 약 1억6천322만원)에 낙찰됐다. 원로화가 김창열(78)씨의 92년작 물방울 그림(5만400달러), 사진가 배병우씨의 2005년작 소나무 사진(4만8천달러)도 추정가를 웃돌았다. 젊은 작가로는 전통 책가도를 재해석한 작가 홍경택(38)씨의 유화 <서재Ⅰ>(4만2천달러), 여인의 알몸 누드상에 고전 의복을 그린 비닐막을 겹쳐 구성한 배준성(39)의 사진+회화 작업(3만8천400달러), 함진(28)씨의 미세한 인물·동물상(2만4000달러) 등이 추정가보다 2배 이상 높은 값을 받았다. 노상균, 유승호, 안성하, 홍지연, 이동기씨 등의 작품들도 대부분 낙찰됐다.
화랑가는 경매 결과에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 배경에 대해서는 중국 현대미술의 국제시장 초강세에 따른 동반효과란 분석과 우리 현대미술의 경쟁력을 나름대로 검증받은 결과란 견해가 엇갈린다. 기획자 윤태건씨는 “국제 경쟁력이 확보됐다고 낙관하기보다는 서구 시장 진입의 첫 관문을 무난히 통과했다는 데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매 낙찰가 상위권은 97만달러의 최고액으로 작품을 낙찰시킨 장 샤오강을 비롯해 유에민쥔, 쉬빙 등의 중국 인기 작가들이 휩쓸었다. 총출품작 245점 중 220점을 낙찰시킨 소더비 경매의 총액은 예상가(800만달러)를 넘는 1천320만달러에 달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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