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현대무용 안은미·김매자씨 화제작 초청 공연
‘현대무용의 메카’ 유럽에 한국 춤 바람이 분다.
우리나라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안무가 김매자(63)와 안은미(44)가 6일부터 2주 동안 유럽의 유명 극장을 누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유럽 현지 기획자들이 적극적으로 공연을 요청해 이뤄지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무용의 해외 진출은 우리나라 정부가 지원하는 국제교류 행사나 해당 국가의 ‘아시아 주간’ 같은 특별 행사의 일부로 참여하는 게 고작이었다.
안은미의 ‘신춘향’
세계적 기획자 반덴부스 지원 받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 4개국 7곳 순회 도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안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무용가 안은미는 6일부터 20일까지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 7개도시를 돌며 <신 춘향>(안무 안은미)을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으로 무대를 넓힌 세계음악극축제(월드뮤직씨어터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로버트 반덴부스가 제작비를 대고, 극장 대관, 마케팅 및 입장권 판매까지 모두 책임지는 획기적인 형태다. 로버트 반덴부스는 일본의 부토 이후 유럽을 풍미했던 대만의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을 발굴한 기획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한국을 방문해 안은미의 공연을 직접 본 뒤 먼저 손을 내밀었으며, 내년에는 안은미의 남미 순회 공연도 추진 중이다. 김매자의 ‘심청’ 프랑스 무용연극 극장서 개런티 받고
일본무용 부토와 합작 무대도
한국 현대무용이 낳은 최대 문제작으로 꼽히는 <심청>(안무 김매자·창무예술원 이사장)은 12~14일 프랑스 최초의 무용전문 극장인 리옹 ‘무용의 집(메종 드 라 당스)’ 무대에 선다. 극장 쪽은 공연 한 차례 당 1만달러씩 개런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김매자는 7일과 8일 이틀 동안 파리 일본문화원 극장에서 일본의 ‘1세대 부토 무용가’ 오노 요시토와 함께 <창무+부토>라는 합작 공연을 올린다. 이에 대해 김매자는 “우리의 창작무용이 일본의 부토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무용칼럼니스트 장인주 박사(무용미학)는 “지금까지 한국 무용의 해외진출은 주로 전통적인 소재를 가지고 각종 ‘민속축제’에 참가하거나, 우리 돈 내고 극장을 빌려 공연하는 수준이었다”며 “유럽 현지에서 제작비를 지원하고, 개런티를 주는 것은 한국 무용의 작품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이 최근 한국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문학, 영화 등 문화예술계 각 분야에 공통된 현상이다. 특히 공연예술의 경우 일본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이후 대체재를 찾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용평론가 김남수씨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한국전쟁이나 성수대교 붕괴, 군부독재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전부였으나, 이제 아시아에서는 드물게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월드컵 4강과 아이티산업으로 대표되는 무시못할 저력을 갖고 있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며 “한번 훑고 지나간 일본이나 아직 무르익지 않은 중국이 주지 못하는 것을 한국에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한국의 현대무용이 유럽에 본격적으로 닻을 내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특히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공연예술이 진보적 지식인들의 후원과 지지를 받으면서 사회적 담론과 논쟁을 만들어가는 선도적 기능을 하고 있어, 현대무용은 고급문화로 한류를 유도할 수 있는 훌륭한 소재로 꼽힌다. 공연기획사 가네샤의 김성희 대표는 “일본 정부는 산카이 주쿠를 강력하게 지원해 유럽에 부토 신드롬을 일으켰다”며 “우리나라도 정책적으로 예술가를 밀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안은미는 화려한 색채의 몸짓을 빚어내는 안무가다. <신 춘향>은 원로 예술가 박용구(92)가 쓴 대본을 바탕으로 인종과 성별 코드를 해체한 뒤, 보편성의 몸을 탐문한다. 중국의 수준급 남자무용수를 공수해 왔으며, 안은미가 ‘나이든 춘향’으로 출연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제공.
벨기에 네덜란드 등 4개국 7곳 순회 도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안무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무용가 안은미는 6일부터 20일까지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 7개도시를 돌며 <신 춘향>(안무 안은미)을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으로 무대를 넓힌 세계음악극축제(월드뮤직씨어터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로버트 반덴부스가 제작비를 대고, 극장 대관, 마케팅 및 입장권 판매까지 모두 책임지는 획기적인 형태다. 로버트 반덴부스는 일본의 부토 이후 유럽을 풍미했던 대만의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을 발굴한 기획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한국을 방문해 안은미의 공연을 직접 본 뒤 먼저 손을 내밀었으며, 내년에는 안은미의 남미 순회 공연도 추진 중이다. 김매자의 ‘심청’ 프랑스 무용연극 극장서 개런티 받고
일본무용 부토와 합작 무대도
한국 현대무용이 낳은 최대 문제작으로 꼽히는 <심청>(안무 김매자·창무예술원 이사장)은 12~14일 프랑스 최초의 무용전문 극장인 리옹 ‘무용의 집(메종 드 라 당스)’ 무대에 선다. 극장 쪽은 공연 한 차례 당 1만달러씩 개런티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김매자는 7일과 8일 이틀 동안 파리 일본문화원 극장에서 일본의 ‘1세대 부토 무용가’ 오노 요시토와 함께 <창무+부토>라는 합작 공연을 올린다. 이에 대해 김매자는 “우리의 창작무용이 일본의 부토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김매자는 우리의 전통 춤을 현대적 그릇에 담아내는 데 성공한 선구자다. <심청>은 한국 현대무용이 낳은 최대 걸작으로 꼽힌다. 초연 당시 안숙선의 판소리와 무용의 만남으로도 화제가 됐다. 무대 중앙을 크게 휘돌아가는 길은 옛날 우리네의 시골길을 상징한다. 창무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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