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팸플릿과 포스터도 없이 그림 한 점이 전부인 이색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대구 예송갤러리 전시장 내부. (대구=연합뉴스)
대구의 한 갤러리에서 포스터와 팸플릿도 없이 단 1점의 작품만 걸려 있는 이색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곳은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예송갤러리'. 30여평의 전시공간에 걸려 있는 것은 압정으로 벽에 고정한 가로.세로 각 25㎝의 구겨진 천조각 하나다. 천조각에 그려진 것도 펜으로 스케치한 귀 없는 어린이 옆얼굴이 전부다. `그림'은 아니지만 비닐에 담긴 쑥 한 봉지도 벽 한쪽 구석에 압정으로 고정돼 있다.
전시회 첫 날인 지난달 30일 작가가 갤러리를 찾은 행상 할머니에게 사 붙여둔 것이라고 갤러리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전시회는 흔한 안내 팸플릿과 포스터가 없고 작가도 베일에 가려져 있어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갤러리측도 작가가 대구예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는 20대 중반의 남학생이라는 것밖에 알지 못하며, 작가 이름도 `김소리'라는 가명이다. 이상래(54) 관장은 "전시 준비 단계에서 작가에게 주제 등에 대해 물어봤더니 `모든 것을 맡겨달라'고 해 그냥 지켜봤는데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면서 "20년간 화랑을 운영했지만 이렇게 특이한 전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갤러리에 들른 관람객들은 `과감하다' `신선하다' 등 긍정적 평가를 많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장은 "귀 없는 어린이 그림이나 `김소리'라는 가명을 쓴 점 등을 볼 때 `소통'에 대한 외면과 상처 등을 나타내려 한 것 같다"면서 "`그림 한 점 전시회'라는 발상 자체가 독특하고 신선하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nanna@yna.co.kr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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