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방송 외도’했어도
정서적 고향은 ‘인디’
노래는 ‘주류’에 대한 야유
정서적 고향은 ‘인디’
노래는 ‘주류’에 대한 야유
3년만에 새앨범 낸 ‘뜨거운 감자’의 김C
권태로운 듯한 표정과 거침없는 언사로 유명한 김C가 본업인 음악으로 돌아왔다. 그가 속한 밴드 ‘뜨거운 감자’는 3집 음반을 3월 초에 내놓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6월에 2집 음반 <뉴 턴>을 내놓은 지 꼭 3년만이다.
김C가 티브이와 라디오로 오랜 외도를 했음에도 이번 음반을 보면 김C의 정서적인 고향은 여전히 홍대 앞 매캐한 공연장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C가 노래를 맡고, 하세가와 요헤이(기타), 고범준(베이스), 손경호(드럼)가 연주하는 음반 <연기(年記)>는 주로 인디적인 음울함과 그 사이사이 세상에 대한 한 자락 희망을 담고 있다. 여기에 김C의 읊는 듯한 목소리는 투박한 노랫말과 아울러 맑은 공명을 낸다.
머리곡인 ‘봄바람 타고 간 여인’은 재즈의 코드라인 속에 계절에 맞는 대중적인 취향을 담아낸 반면, ‘퍼펙트 루저 (Perfect Loser)’나 ‘청춘’ 같은 노래는 인디적인 감수성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갈 곳도 없고 가진 거 없고 못 배웠죠. 힘 없어요”(‘퍼펙트 루저’)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한다니까요”(‘101호 111호’) 같은 노래는 주변부 인생의 자괴감과 동시에 주류에 대한 야유를 담고 있다.
김씨가 실제 보고 썼다는 ‘강변북로를 걷는 여자’의 노랫말은 그 특유의, 사람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담고 있다. “4시가 조금 지나 난 너무 놀랐었지/ 한 여자 걸어오자나(잖아) 실연을 당할 것일까/ 살기가 싫어진 걸까? 여자라 차별당해 그런 것일까”
김씨는 자신의 앨범을 두고 차별성이 있다는 점에서 ‘나이지리아 음식’에 비유했다. “사람들은 보통 밥을 먹어도 김치찌개를 먹을까 비빔밥을 먹을까 생각을 하잖아요. 나이지리아 음식을 먹을 생각은 잘 안하죠. 우리 앨범도 라디오에서 흔히 듣는 종류의 주류음악에 속하지 않아요.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해요.”
김C는 홍익대 앞에서 근 10년간 인디밴드로 잔뼈가 굵은 생짜 ‘마이너’ 출신이다. 그는 1997년에 ‘뜨거운 감자’를 만들었지만, 처음에는 클럽에서도 불러주지 않았다고 한다. 3년 뒤 낸 첫 음반은 기획사가 망해서 소위 뜨기도 전에 주저앉았다. 2003년에 2집을 냈지만 정작 음반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김C는 티브이 출연을 하면서 입담 좋은 방송인으로 갑자기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음악인으로서는 받지 못했던 광고 모델 제의가 들어오고, 티브이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출연 섭외가 몰려왔다.
“수년간 홍대에서 열심히 음악만 했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되니까 괴로웠어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막 화가 났고요.” 김씨에 따르면 한동안 “스스로를 놓아버렸다”고 한다. “그 때는 되게 힘들어서 술도 많이 먹고, 매우 난폭해졌어요.” 그는 밴드 ‘뜨거운 감자’의 가수로서 인정받고 싶었지만, 오락프로그램의 김C는 결코 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더라구요. ‘즐기자’까지는 아니지만, 방송 출연으로 내 음악을 좀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자, 정도는 되더라구요.” 그렇게 “끌려온” 방송에서 묻는 것 이상을 답하지 않았다. 한번은, 한 오락 프로그램을 녹화하러 갔다가 “묻지 않아서” 한마디도 안하고 돌아온 적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 동안 그의 목에는 고래 모양의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그의 식구들, 그의 ‘색시’(그는 꼭 부인을 이렇게 부른다)와 딸 우주는 모두 이 목걸이를 한다고 한다. 땅이 싫어서 바다로 간 고래가 좋다고 한다. 다시 태어나면 300톤짜리 고래가 되어서 가족과 함께 수심 8만미터까지 내려가 보고 싶단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다음기획 제공
“수년간 홍대에서 열심히 음악만 했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되니까 괴로웠어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막 화가 났고요.” 김씨에 따르면 한동안 “스스로를 놓아버렸다”고 한다. “그 때는 되게 힘들어서 술도 많이 먹고, 매우 난폭해졌어요.” 그는 밴드 ‘뜨거운 감자’의 가수로서 인정받고 싶었지만, 오락프로그램의 김C는 결코 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더라구요. ‘즐기자’까지는 아니지만, 방송 출연으로 내 음악을 좀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자, 정도는 되더라구요.” 그렇게 “끌려온” 방송에서 묻는 것 이상을 답하지 않았다. 한번은, 한 오락 프로그램을 녹화하러 갔다가 “묻지 않아서” 한마디도 안하고 돌아온 적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 동안 그의 목에는 고래 모양의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그의 식구들, 그의 ‘색시’(그는 꼭 부인을 이렇게 부른다)와 딸 우주는 모두 이 목걸이를 한다고 한다. 땅이 싫어서 바다로 간 고래가 좋다고 한다. 다시 태어나면 300톤짜리 고래가 되어서 가족과 함께 수심 8만미터까지 내려가 보고 싶단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다음기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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