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망명 칠레 영화감독
견결한 사회주의자이면서 현실과 환상, 시간의 인과관계 등을 허물며 초현실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해온 칠레 감독 라울 루이즈 특별전이 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영화제를 통해 간간이 소개되긴 했지만 아직 한국 관객에게 낯선 이름인 라울 루이즈(1941~)는 칠레 출신으로 프랑스에 망명해 지금까지 100여 편의 영화를 연출해온 다산의 작가다.
아르헨티나에서 신학과 법률을 공부한 뒤 1968년 칠레에서 첫 장편 <슬픈 호랑이>를 만들었다. 그는 칠레 중하층 계급의 삶을 다루면서도 리얼리즘을 벗어난 부조리극 형식을 취하면서 남미의 새로운 영화운동과 다른 길을 걸어갔다. 70년대 피노체트의 쿠데타 이후 유럽으로 망명한 그는 프랑스에 정착해 다양한 장르와 기법의 영화를 내놓았다. 루이즈의 영화들은 셰익스피어와 프루스트의 세계, 그리고 보르헤스나 카프카의 알레고리, 공포영화 기법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영화를 아울러 온갖 사조가 뒤섞인 독특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어 이해가 쉽지는 않지만 시간과 공간, 소리와 이야기 모든 것이 뒤틀어져있는 기묘한 분위기만으로도 강렬한 느낌을 전달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79년부터 2000년까지 루이즈가 프랑스를 거점으로 유럽에서 만든 작품 8편을 상영한다.
상영작 가운데 <세계의 삶과 하나의 죽음>(1996)은 남미의 환상문학에 버금가는 ‘환상영화’를 만들었던 라울 루이즈의 몽환적 영화기법의 진면목을 볼수 있으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지막권을 영화화한 <되찾은 시간>(1999), 현재 프랑스의 대표적 여배우라 할 수 있는 이자벨 위페르와 안 발리바르가 주연한 <두 어머니의 아들-순수의 연극>(2000) 등이 포함돼 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서울아트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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