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창작 찬밥대우 문화발전엔 찬물”

등록 2006-04-12 23:15

세계 작곡계 이끌 차세대 평가
그라베마이어상 작품 등 선봬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로 첫 공연 진은숙씨

재독 작곡가 진은숙(45)은 시사평론가로 유명한 진중권의 누나다. 언니 진회숙이 성악과 클래식 이론을 전공했고, 동생도 미학을 전공했으니, 예술가 집안이라 불러도 될 듯하다. 그렇다고 어떤 집안처럼 부모들이 열성으로 예술을 가르친 것은 아니다. “목사님이신 아버지도 그랬고, 어머니도 피아노를 칠 줄 알아서, 음악을 좋아하는 분위기”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아주 어린 나이(13살)에 작곡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 상 레슨을 받을 수 없었죠”. 레슨을 받을 수 없으면 작곡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선생님의 제안이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서울대 작곡과를 나와 1985년 독일 함부르크음대로 유학을 떠났으니 외국 생활만 벌써 20년이 넘었다. 결혼도 외국 사람과 했다.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랄프 고토니가 그의 시아버지다. 남편 마리스 고토니도 피아니스트다.

그는 지난 2004년 작곡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 상’을 받으며, 세계 최고의 작곡가 반열에 당당히 올라섰다.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인 사이먼 래틀도 ‘세계 작곡계를 이끌 차세대 5인’ 중 한 명으로 진은숙을 지목했다.

그가 올해 초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 자리를 수락한 것은 우리나라 음악계의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아보려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한국의 상황은 굉장히 안 좋죠. 단적으로 말하면, 문화가 뭔지 잘 몰라요. 연주자처럼 화려한 것은 높이 평가하면서 정작 창작은 뒷전이에요. 하지만 문화의 발전이란 창작이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니겠어요?”

그의 말마따나 우리나라에서 현대음악 작곡가는 찬밥 신세다. 연주자와 지휘자의 빛에 가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창작자를 섬기고 키우는 외국의 문화와는 동떨어진 후진적 현상이다. 그나마 해외 거주자나 유학파는 나은 편이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토종’들이 겪는 수모는 이루 말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에서 제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외국에서 활동하고 상도 받았다고 하니까 그나마 알아주는 거지요. 외국 유학 안 했어도 한국에서 작품활동하고, 그 작품이 연주도 되도록 해야죠. 내년부터는 젊은 작곡가들에게 일도 맡기고, 능력있는 사람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 예정입니다.”


그는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서 오는 27~28일 처음으로 공연을 한다. 자신에게 그라베마이어상을 안겨준 <바이올린협주곡>을 비롯해, 베베른의 <파사칼리아 작품1번>,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정열적이고 리드미컬한 요소가 가미된 시에라의 <알레그리아> 등이 연주된다. 연주회 전에 약 30분 가량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대해 설명하는 게 프로듀서인 그의 몫이다.

“프로듀서로는 처음 일하는 것이라 겁도 나고, 청중이 많이 와야 할 텐데 하고 걱정도 돼요. 이번 공연은 20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 100년의 기간동안 작곡된 곡들을 골랐어요. 지역적으로 분배도 했지만, 앞 뒤에 놓였을 때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음악적 내용도 고려했죠.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8일 경기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 스테판 에즈버리 지휘, 비비안네 하그너(바이올린) 협연. (02)3700-6333.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서울시교향악단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