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다르메 메종드라당스 극장장“독착성·미학적 아름다움 새롭다”
‘무용의 수도’ 리옹이 한국의 춤과 소리에 젖었다.
12일 저녁 7시30분(현지시각), 한국을 대표하는 안무가 김매자(63)의 창무회가 한국무용계에서는 처음으로 유럽 최초의 무용 전용 극장인 프랑스 리옹의 ‘메종 드 라 당스’(무용의 집) 무대에 섰다. 1050석의 객석 중 700여석은 일주일 전에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 객석에는 검은 머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현지인들로 가득 찼다.
이날 공연된 현대무용 <심청>의 배경 음악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판소리’. 리옹의 관객들은 조명이 채 들어오기도 전에 “얼쑤”하며 북을 두드리는 고수 김상훈씨의 추임새에 놀랐다. 이어 난생 처음 들어보는 ‘곰삭은’ 소리에 관객들의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그리고 2시간동안 라이브로 지속된 소리에 흠뻑 취했다. 리옹에서 자동차로 30분 걸리는 아릭스에서 왔다는 까뜨린느 프레미오(61·여)는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쉰 듯한 소리가 너무 매력적”이라며 “판소리를 배우러 한국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1인 오페라’ 판소리가 청각을 자극했다면, 탈춤과 승무 등 한국의 전통 춤 사위에 기반한 창작 춤은 풍성한 시각적 향연을 펼쳐보였다. 느리게 땅을 밟다가 불현듯 어깨를 들썩이거나 ‘후두둑’하고 치마저고리 소리를 내며 바람을 일으키는 춤은 새로운 몸짓을 바라는 리옹 시민들의 호기심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메종 드 라 당스 극장장이자 예술감독인 기 다르메(59)는 “창무회의 춤은 유럽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창성과 미학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며 “전통에 기반하고 있지만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연예술평론가인 갤루아 발렛 피렌코(37·여)는 “예쁘고 시적이며 풍요로운 느낌”이라며 “땅에서부터 전통적인 기운을 끌어올린다면 컨템포러리적인 느낌이 날갯짓하며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다”고 시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전통을 버리는데, 창무회는 전통과 현대가 행복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한국 춤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아직 ‘이국적 취향’ 머문 듯 하다. 리옹은 단지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기 다르메는 “창무회가 유럽에서 성공하려면 프로그래머의 구실이 중요하다”며 “우리 극장 말고도 다른 많은 곳에 초청될 수 있도록 누군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리옹/글·사진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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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7만명 몰리는 세계 최고의 무용 전당 메종 드 라 당스는
리옹이 ‘무용의 수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980년 개관한 메종 드 라 당스 덕분이다. 메종 드 라 당스는 해마다 연인원 17만여명이 극장을 찾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호세 몽딸보, 모리스 베자르, 산카이 주쿠 등 세계적인 안무가 11명의 공연이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무용가 마기 마랭도 신인 시절이던 1980년 메종 드 라 당스 무대에 서면서 주목받기 시작해 이 극장과 함께 성장해 온 예술가다. 예산의 3분의 1 가량을 프랑스 문화부와 리옹시 등에서 보조를 받지만 정부 산하기관은 아니다. 이와 함께 지난 84년부터 시작한 리옹 댄스 비엔날레의 성공도 리옹을 세계 무용의 중심에 서게 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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