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들 구제하는 선한 기운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미소 담아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미소 담아
“해탈한 달마대사가 성내겠어요?”
참선 수도하여 해탈한 분이 두 눈 부릅뜨고 성난 얼굴을 한다?
그림 속 달마대사는 늘 그랬다. 상반신 얼굴에 눈을 부라린 모습, 갈대 잎을 타고 장강을 건너는 입상(立像) 혹은 짚신을 메고 총령(히말라야)을 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똑같이 생긴 얼굴은 없는데도 달마그림은 시대와 공간을 달리 해도 그냥 ‘달마’다. 조선시대 김홍도 심사정 김명국 등은 눈을 굵게 그리면서도 다 다르게 달마그림을 그렸다. 그 어느 것도 신비스럽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남령 최병익(48)씨 생각은 다르다. “참선 수도해 해탈하신 분이 결코 성내고 화낼 리가 없습니다. 해탈의 기쁨으로 미소짓는 모습, 그게 틀림없어요, 하하.”
그는 “귀신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밝고 양명(陽明)한 기운이지 칙칙하고 어두운 기운일 까닭이 없지 않느냐”며 “달마대사를 귀신 물리치고 수맥 차단하고 전자파 막아주고 액운도 물리쳐주는 분으로 만들다보니 그렇게 험한 모습만 강조한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최씨가 미소 달마를 그려 13일부터 서울 양재동 구룡사에서 ‘미소 달마전’(21일까지)을 여는 까닭이다. 경주가 고향인 그가 어렸을 적부터 보아온 부처님 모습은 인자함 그 자체였다. “서산 마애불이나 경주 석굴암 부처님 모습을 보십시요. 중생들을 품안으로 인도하는 푸근한 미소을 가득 머금고 있지요. 달마대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뿐 아니다. 아이들은 달마그림을 보는 족족 무섭다며 도망가는 것이었다. 그의 붓끝에서 순박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달마가 나온 또다른 이유다. “달마가 누구입니까. 남인도국 향지왕 세째 왕자로 바다 건너 중국 남부 광주 땅에 도착해 양나라 무제의 교학적 불교가 싫어 북부 숭산 소림사에서 면벽 좌선할 때 제자 혜가가 찾아와 법을 청하자 安心立命의 不立文字,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의 불조심인(佛祖心人) 선법(禪法)을 전해준 분 아닙니까? 그런 분을 사람들이 자기 생각대로 가두었던 거죠.” 최씨는 “달마 그림이 거칠고 흉하게 그려져 가고 있는 세태가 너무 안타깝다”며 “웃는 달마 모습을 보면서 세상사람들도 맘껏 웃으면서 편안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글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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