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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연극 ‘강아지똥’ 꽃으로 피어난 ‘나는야 더러운 똥’

등록 2006-04-26 22:30수정 2006-04-27 10:28

권정생씨 동화 6년째 무대에
희망·생명존중 ‘따뜻한 시선’
이번엔 국악이 배경음악

주인공은 똥이다. 그것도 개똥. 돌이네 집 흰둥이가 ‘낳은’ 강아지똥은 나오기 전부터 천덕꾸러기 신세. 돌이한테 쫓기고 쥐한테 몰려 똥 눌 곳을 찾지 못하고 ‘똥 마려운 강아지’가 된 흰둥이는 골목길 담장 밑에다 간신히 ‘똥’을 눈다. 극단 모시는 사람들의 연극 〈강아지똥〉의 주인공은 바로 이 ‘똥’이다. 세상에 나오고 나서도 서러운 신세는 마찬가지. 참새와 흙은 물론 닭과 돼지마저 더럽다고 피할 정도다. 그렇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강아지똥이 이곳저곳을 떠돌다 빗물을 만나, 자신의 몸을 녹여 한 떨기 예쁜 민들레꽃을 피우기까지의 과정을 연극은 보여준다.

연극 〈강아지똥〉의 원작은 작가 권정생(69)씨의 동화다. 1969년에 발표된 이 그림동화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 “나는 더러운 똥/ 어떻게 착하게 살아갈 수 있나/ 나는 무엇이 될까/ 아무짝에도 쓸 수 없을 텐데….” 강아지똥의 노래는, 병마에 시달린 고단한 육체에서 아름다운 동화를 피워 낸 작가의 자전적 축가로 들린다.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권씨는, 이 연극의 연출가 김정숙(46)씨의 표현대로 “평생을 하루도 안 아픈 날이 없이 보낸” 사람이다. 19살에 늑막염과 폐결핵을 앓았고 신장, 방광결핵까지 겹쳤다. 동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집을 나와 방랑생활을 하다 경북 안동의 한 교회에서 종지기로 일하면서 동화를 쓰게 된다. 〈강아지똥〉은 그의 첫 작품이다. 권씨는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굴곡 많은 역사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삶을 보듬는 글로 어린이는 물론 학부모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몽실언니〉 〈사과나무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점득이네〉 등의 작품이 있다.

“이 세상에 쓸데 없는 물건은 하나도 없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 극중 ‘흙’의 대사는 동화작가로 거듭난 작가 자신에게 하는 말일 테다. 김정숙씨는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라며 “말초적인 재미만을 좇는 일부 어린이극과 달리 사람과 사물을 보는 따뜻한 눈을 길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비가 오는 장면에선 거품기계를 사용해 무대 전체에 비의 판타지를 만들어 내고, 민들레가 꽃피는 봄날 장면에선 복숭아꽃, 살구꽃, 진달래꽃을 그물에 매달아 “하늘 가득히 봄꽃을 피울” 예정이다. 꽃은 바람에 날리기도 한다.

연극 〈강아지똥〉은 2001년 초연 이후 국제아동청소년예술제 초청공연, 예술의전당 주최 우수 어린이극 초청기획공연, 정동극장 우수 어린이극 초청공연, 세종문화회관 여름방학 특별기획공연 등 6년째 화려한 공연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공연 사업에 뛰어든 한겨레신문사의 ‘좋은 공연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에 배경음악을 국악으로 바꿨다.

쑥스러움이 없는 어린 관객들은 천연덕스럽게 극의 흐름에 뛰어들며, 살아갈 희망과 생명존중 사상을 자연스레 지니게 된다. 5월2~31일 대학로 사다리 아트센터. 5살 이상 관람 가능. 값 2만원. 4인 가족의 경우 1인 무료. (02)6353-1827.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극단 모시는 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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