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문제, ‘디자인’으로 해결해봐요
길을 함께하면 도반이고, 뜻을 합하면 동지. 문국현(57·유한킴벌리 대표·사진 왼쪽)과 김기호(59·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오른쪽). 한 사람은 기업인이자 왕성한 시민운동 활동가로, 또 한 사람은 도시를 연구하고 설계하는 전문가로 각자 길을 걸어왔다. 7년 전, 두 사람이 만났다. 그리고 동지가 됐다. 푸른 도시에 대한 큰 꿈이 같았기 때문이다.
김기호 교수는 오랫동안 우리가 사는 도시가 좀더 걷기 편해지고, 좀더 자동차가 덜 다니고, 좀더 문화적 활기가 넘쳐흐르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시름이 짙어지던 2000년 여름, 문국현 대표를 만났다. 동료 교수들을 통해서 익히 명성을 듣던 터였다. 문 대표는 20여년간 각국의 공원과 숲을 돌아보며, 우리도 푸르름이 번창하는 나라를 만들자고 열심히 외치고 있었다.
2001년 두 사람은 합심하여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CEO 환경경영포럼’ 고위정책과정을 열었다. 환경과 도시에 관심있는 기업인·공무원·언론인 등이 모여 매주 두차례 토론하고 강의 듣는 자리였다. 포럼을 거쳐간 이는 150명 가량. 1년 과정의 포럼을 마친 졸업생들은 월례모임을 열어 지식을 쌓아간다.
17일 아침 7시30분 서울 삼성동 한 호텔에서 열린 ‘CEO 환경경영포럼’ 5월 월례모임은 또하나의 결실을 알리는 자리였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도시환경디자인센터’를 창설한 것이다. 문 대표는 “도시환경디자인센터는 서울대 안에 있지만 서울대 전유물이 절대로 아니다”라고 했다. 센터는 도시문제를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통해 해결하는 걸 목표로 한다. 도심에 1인당 생활권 공원면적을 3평 이상 확보하고(현재는 1인당 1.4평), 일터·집·상가·학교·공원이 가깝게 붙어 있어 자동차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도시 건설, 재건축·재개발 때 공공 녹지공간 비율 확대 등이 주요과제. 센터는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운영비를 모두 순수 기부금에 의지한다.
김 교수는 “전문가는 정보와 지식은 있지만 나약하다”고, 문 대표는 “나는 열정은 있지만 도시에 대한 전문 지식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김 교수 비유를 빌려 풀어보자면, 두 사람은 예전부터 모두 달나라에 가고 싶어했다. 김 교수는 달에 가서 탐사할 수 있는 전문지식은 있었지만 로켓이 없었다. 그는 꿈꾸는 탐사대원이었다. 반면 문 대표는 열정과 추진력, 공무원과 시민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그는 로켓이었다. 탐사대원과 로켓이 만났다. 이제 그들은 달나라에 갈 준비가 된 것 같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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