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꽃비에 젖어 온동네 노래꽃 웃음꽃

등록 2006-05-17 19:59

전라북도 익산시 용북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등 일곱명이 지난 12일 저녁 이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동요 ‘섬집 아기’를 함께 부르고 있다.
전라북도 익산시 용북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등 일곱명이 지난 12일 저녁 이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동요 ‘섬집 아기’를 함께 부르고 있다.
동요애호가들 무료순회 공연
폐교 등 문화소외지역 3년째
전교생 40여명 주민 300명
공연하고 박수치며 다함께
익산 용북초교에서 열린 ‘찾아가는 가족콘서트’

지난 12일 저녁 전라북도 익산시 용안면 용북초등학교. 해가 서산으로 기울자 학생 40명인 이 작은 학교의 운동장은 어느새 그럴듯한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저녁이면 늘 어둑어둑하던 운동장에는 강한 조명이 내리쬐었고, 새로 생긴 무대 위에는 기타를 둘러멘 음악인들이 한둘 자리를 잡았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삼삼오오 모여들던 마을 주민 300여명은 임시 객석에 자리를 잡거나 운동장 뒤편에서 팔짱을 끼고 무대를 향했다.

오늘은 ‘2006 찾아가는 가족 콘서트, 봄 밤 꽃피는 밤’이 열리는 날. 이 행사는 지방의 폐교나 작은 학교를 찾아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무료 공연이다. 동요 애호가들이 2004년 처음 시작한 이 행사는 어느덧 세번째 해를 맞았다. 올해도 전국 다섯개 학교를 돌며 소박한 공연이 마련된다. 이번 공연이 그중 첫번째다.

첫 무대는 이 마을 어린이 48명이 꾸몄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유치원생까지 무대 위에 빽빽이 올라서서 ‘숲 속을 걸어요’ ‘푸르다’를 또랑또랑 불렀다. 어른스런 고학년 친구들은 제법 태를 냈지만, 여섯살 윤창이는 또래 친구인 연우와 계속 딴청이다. ‘큰 무대’에 선 아이들을 보라보는 관객들의 얼굴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이어서 포크그룹 청개구리가 ‘오빠 생각’ ‘고향땅’ 등 친숙한 동요를 불렀다. 공연 중에도 무대 앞뒤로 아이들이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나란히 앉은 마을 할머니들은 웃으면서 소곤댔다. 6학년 현주와 4학년 현식이네 두 가족 7명도 함께 무대에 올라 ‘섬집 아기’ ‘네잎 클로버’ 등의 노래를 불렀다. 일본계 마임 연기자 오쿠다 마사시의 손끝에서 비눗방울이 피어오르자, 아이들 20여명은 탄성을 지르며 손을 들어 방울을 쫓았다. 8인조 중창단 ‘얌모얌모 콘서트 앙상블’의 익살맞은 공연 때에는 운동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조금씩 내리던 빗살이 굵어지자 무대 위에 천막이 쳐졌다. 관객들도 무대 주위에 마련된 천막 밑으로 몸을 맡겼다. 날이 험해지자 두어 가족이 자리를 떴지만,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빌려 온 피아노 위로 우산이 펴지고 공연은 계속되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출연자들이 무대에 올라 ‘봄이 오는 길’, ‘고향의 봄’을 부르자, 서늘했던 날씨에 시골 학교의 밤은 오히려 훈훈하게 달아올랐다.

두 아이의 아버지라는 마을 주민 진홍섭(40)씨는 세살배기 둘째 나현이를 품에 안은 채 공연을 지켜보며 “지난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제대로 해 준 게 없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흐믓하다”고 말했다. 손자 둘을 데리고 이웃 마을에서 찾아왔다는 나복순(62)씨도 “아이들이 함께 노래 부르는 게 보기 좋다”며 즐거워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주홍미씨는 “지방에 사는 분들이 자신이 직접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에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면서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도시 사람들에 비해서 문화를 향유하려는 마음이 열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 주최쪽은 이날 공연에 이어 지난 13일에도 전북 장수를 찾아 공연을 했다.

이들은 오는 주말 19일부터 21일까지 경기 안성, 강원 영월, 경기 양평에 있는 폐교를 번갈아 찾을 예정이다. 외지 사람이라도 무료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이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고 있다.

www.folkfrog.com, (02) 3141-4751

익산/글·사진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