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오가는 신들린 연기
소냐·류정한·김우형 합류
6월 24일부터 해오름극장
소냐·류정한·김우형 합류
6월 24일부터 해오름극장
‘조지킬’이 드디어 돌아왔다
조승우가 뛰어난 배우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어진 배역을 정확히 분석해 내는 영리함, 연기에 몰두하는 고도의 집중력, 그리고 착해 보이는 얼굴 어딘가에 깃든 악한의 면모까지.
배우 조승우를 대중들에게 알린 것은 영화이지만, 그의 진가는 뮤지컬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노래도 노래지만,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기로 객석을 휘어잡는 능력이 탁월하다. “조승우 같은 뮤지컬 배우가 10명만 있다면 우리나라가 당장 세계 뮤지컬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텐데…”라는 기대 섞인 한탄이 뮤지컬계에서 나올 정도다.
빛나는 악한 연기
조승우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말아톤〉이나 〈클래식〉의 공통점은 그가 ‘착한 사람’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승우의 진정한 매력은 그가 악역을 할 때 알 수 있다.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에서 출세지향적인 악한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드러나지만 그다지 전면적이지는 않았다. 그런 면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그의 두 얼굴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선과 악을 왔다갔다 하는 〈지킬…〉은 조승우를 위한, 조승우에 의한, 조승우의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비극적 스토리
이야기는 영국의 소설가 스티븐슨의 원작을 따라가며, 악의 구렁텅이에서 허우적대는 절망적 인간을 그린다.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 박사는 정신병을 앓는 아버지를 위해 인간의 정신을 선과 악으로 분리하는 연구를 시작한다. 병원 이사회의 반대로 실험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그는 자신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시작하고 드디어 그의 내면은 악으로 가득 찬 제2의 인물 하이드의 차지가 된다. 하이드는 지킬의 실험을 반대한 이사회 멤버들뿐 아니라 자신의 운명적 사랑 루시마저 죽여버린다.
불현듯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사람을 죽이는 하이드는 인간의 내면에 자리잡은 폭력의 본성을 상징한다. 매음굴에서 폭력에 시달리는 루시와 지킬의 만남은 절망적이라 더 아름답다.
기억에 남는 노래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약효가 절정에 이른 지킬이 ‘나와 나’를 부를 때. “(지킬)천만에 넌 단지 거울 속 허상/눈 감아 내쫓을 내 밉상/(하이드) 그럴까 껍데기 니 안에 속에 끝까지 존재해 니 속에” 지킬과 하이드를 순식간에 오가며 한 소절씩을 번갈아 불러야 하는 이 장면에서 조승우의 진가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조명과 머리 스타일로밖에 두 인물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승우는 목소리 톤을 정확히 나눠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한다. 그야말로 한 사람 안에 두 인물이 들어 있는 듯하다. 여주인공 루시의 매력이 폭발하는 ‘브링 온 더 맨’이나 지킬의 ‘지금 이순간’도 오래도록 흥얼거리게 되는 명곡들이다.
가수 소냐 다시 합류
〈미스 사이공〉의 배역을 맡게 된 김선영을 대신해 원년 멤버인 가수 소냐가 다시 합류한다. 소냐는 2004년 〈지킬…〉 초연 당시 조승우와 함께 뮤지컬 대상을 받았다. 이와 함께 신예 김우형이 역대 최연소 지킬로 나선다. 이에 따라 지킬 역은 조승우, 류정한, 김우형 등 3명이, 루시 역은 소냐와 정선아가 번갈아 맡게 됐다. 5월 예매자에 한해 7월2일까지 진행되는 프리뷰 공연의 티켓 값을 30% 할인해 준다. 6월24일~8월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588-5212.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지킬 역을 맡은 류정한, 김우형과 루시 역의 정선아, 소냐(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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