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이자 조언자…한국 뮤지컬 이끌고파
[이사람] 미스사이공·지킬 앤 하이드 주연 김아선·우형씨
둘의 전공을 합치면 딱 뮤지컬이다. 누나는 음악을, 동생은 연극을 전공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이들 남매는 돌고 돌아 뮤지컬에서 만났다. 그것도 라이벌로.
대형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지킬 앤 하이드〉 주인공이 된 김아선(28), 김우형(25) 남매가 22일 저녁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누나는 사근사근하고 가냘픈 새침데기, 동생은 껄렁한 듯하지만 속이 꽉 찬 미남이다.
누나는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슬픈 러브스토리 여주인공 ‘킴’을, 동생은 지킬과 하이드를 무시로 오가며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지킬’ 역을 맡았다. 다음달 말 비슷한 시기에 개막하는 만큼 라이벌 의식이 팽팽하다.
“미스 사이공은 한국 초연이고 4대 뮤지컬 중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작품이잖아요.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이 많겠어요? 진짜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본 작품이기도 하고요. 손님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아선)
“손님? 우리가 더 많을걸! 지킬 앤 하이드는 우리나라 뮤지컬 대중화의 붐을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본 공연 때도 반향이 컸고.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도 다시 들어올 거고, 이번 작품 정말 잘 나올 것 같아요.”(우형)
집안에 음악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부모님 노래 실력은 원체 탁월한 편이라고 한다. 그 피를 이어받았는지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 뮤지컬을 먼저 시작한 것은 누나. 한양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아선은 “2001년 겨울 〈오페라의 유령〉이 오페라인 줄 알고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역으로 2006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 여자신인상을 받았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 동생은 “뮤지컬에 관심이 없다가, 누나가 출연했던 지킬 앤 하이드(2004년 초연)의 ‘지킬’ 조승우와 류정한에 반해”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연출가와 제작자가 전격 발탁한 역대 최연소 지킬.
경쟁은 경쟁이고 핏줄은 핏줄. 누나는 동생의 노래를, 동생은 누나의 연기를 코치해 준다.
처음엔 걱정 많던 부모님도 남매가 동시에 주연을 맡자 희희낙락이다. “부모님은 이제 전문가가 다 되셨죠. ‘1막 시작할 때 대사를 반만 천천히 해라. 너무 빨라 안 들리더라’고 조언해 주실 정도로 눈과 귀 모두 좋아지셨어요.”(우형)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뮤지컬 배우로 인정해줄 정도로 성장하고 싶다”는 누나와 “늙어죽을 때까지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다”는 동생. 아무래도 이 집에선 콧노래 소리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미스 사이공〉 6월28일~8월20일 성남아트센터, 9월1일~10월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지킬 앤 하이드〉 6월24일~8월1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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