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팝아트’ 왕광위·망명작가 루샤오판 개인전
요즘 세계 미술시장에서 약진중인 중국 현대미술 작품들은 대체로 올해 40돌을 맞은 문화대혁명(문혁)의 어두운 추억들이 주된 화제다. 문혁시절 정치구호 포스터, 당대 사람들의 뇌리에 남은 상처 같은 퇴행적 요소들이 깔끔한 팝아트로 포장되어 잘 팔리는 등록상표가 되었다는 사실은 씁쓸한 역설이다. 예술 산업의 첨단자본들이 문혁의 잔영을 간절히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요상한 중국의 정치적 팝아트를 다음달 22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라리오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2세대 작가 왕광위의 개인전(02-723-6190)에서 엿볼 수 있다. 저장(절강)미술학원 출신의 왕광위는 장샤오강, 웨민쥔 등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다. 출품된 ‘대비판’ 연작들은 문혁기의 붉은 빛 일색의 정치선전 포스터와 ‘나이키’, ‘코카콜라’ 등의 다국적 상표 이미지, 보이스, 워홀(왼쪽) 등 서구 미술 대가들의 이름을 함께 넣은 작품들로, 소비문화와 사회주의체제의 공허한 공존, 불협화음 등을 보여준다. ‘메탈리스트’ 조각연작은 머리보다 훨씬 큰 팔과 손을 지닌 노동자 영웅 군상들의 과장되고 날선 몸짓으로 이념과 자본이 뒤섞인 현실을 암시한다. 홍위병 같은 군상들의 전투적 몸짓이 대중문화 도상과 충돌하는 작품들은 ‘문혁의 추억을 팔아먹은 상품’이란 혹평처럼 중국 팝아트의 양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바로 옆 이화익갤러리(02-730-7818)에 마련된 재프랑스 망명작가 루샤오판의 작품전(31일까지·오른쪽)은 전혀 다른 서구 포스트모던류의 그림이다. 알록달록 콘돔과 풍선, 막대사탕, 립스틱, 피에로 인형 등이 잡탕된 화폭은 현대 소비문화에 대한 직설적 표현이다. 중국 팝아트는 한물간 취향이라는 그의 단언은 80년대 본토를 떠난 국외파 중국작가들과 대륙 미술가들 사이의 깊은 골을 반영한다.
중국의 국력을 바탕으로 저급한 팝아트류의 참여미술, 모더니즘, 해체주의의 대립 등 복잡한 갈등이 중국 미술 곳곳에 퍼져 있음을 두 전시는 실감하게 한다. 이밖에 다음달 14일까지 여의도 굿모닝신한증권 1층에서는 표화랑이 중국작가 위민준, 지다춘, 장샤오강의 작품과 국내 중견작가들 작품을 선보이는 한-중 현대미술전(02-543-7337)을 열고 있는 중이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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