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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국악 세계화 노려 본고장 타악 익혀요”

등록 2006-05-28 18:07수정 2006-05-28 22:54

3년째 젠비·드럼 맹연습…“뛰어난 제자” 칭찬
변성기 맞아 새 목청…춘향가 다시 완창 꿈
[이사람] 남아공 유학중인 ‘판소리 신동’ 유태평양군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거리에 “아이고 형님 박 터졌소, 아이고 형님 허리 부러졌소” <흥보가> 가락이 울려퍼진다. 판소리 신동 유태평양(14)군이 3년째 남아공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6살 때 흥보가, 10살 때 수궁가를 완창한 유태평양군이 이역만리에서 음악 삼매에 빠져 있다. 지난 2월 로아데보시 예비학교를 마치고, 3월 로아데보시 고교에 입학했다. 초등 7년, 중등 5년제인 이 나라 교육과정에 따르면 8학년인 셈이다. 한국에서 꽤나 알아주던 유군이 이곳에 온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국악의 세계화를 코앞에 두고 아들을 세계 타악의 본고장인 남아공에서 공부시켜야겠다고 아버지 유준열(48·국악인)씨가 생각한 것이다. 여기에 영어 실력을 갖추지 않고선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보태졌다.

유군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전화가 걸려오자 말문이 터졌다. “여기 오기 전엔 텔레비전에서 보던 대로 흑인들만 있고 옷도 안 입고 그런 줄 알았는데, 한국 사람들도 있고요. 어떤 어른들은 저더러 판소리 불러보라고 해요. 공연히 으쓱해지죠.”

어머니와 동생 휘찬(10·초등 4년)군과 함께 케이프타운 교외 아파트에 사는 유군은 학교생활이 점점 흥미있어진다며 좋아했다. 학교에선 수학 영어 과학 도덕(라이프 오리엔테이션) 과목과 제2외국어로 아프리칸스를 배운다. “영어는 재밌는데 독일어 같은 아프리칸스는 너무 어려워서 솔직히 싫지만 필수과목이라 어쩔 수 없지요, 뭐.” 유군은 이곳서도 음악 공부가 제일 좋다고 했다. “젬베라고 여기 타악기가 있어요. 제가 아주 잘 친다고 선생님이 칭찬했어요. 저더러 베스트 제자라나요. 하루 1시간 정도 해요. 드럼도 잘 치는데 집에 드럼세트가 없어서 학교에서 연습해요. 판소리는 시간 나는 대로 하는데 선생님이 없으니 어떡해요. 저 혼자 연습하죠. 그리고 동생하고 게임 몇번 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가요.” 작년엔 한국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와인버그 하이스쿨에서 장구를 연주했는데 한국에서 공연하던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 했다.

유군한테 최근 변성기가 찾아왔다. 물론 키도 165㎝로 훌쩍 자랐다. “처음엔 걱정이 많이 됐어요. 하지만 아이가 자기 관리를 참 잘해요. 무사히 넘겼죠.” 어머니 정영심(44)씨가 귀띔했다.

“1년쯤 여기에 더 머물 것 같아요. 한국 가면 공부 너무 열심히 해야 해서 싫어요. 난 공부 체질 아닌데…. 그래도 무대에 올라 흥보가를 다시 완창하고 싶은 꿈도 커요.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섰으면 해요.”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유태평양군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전통 타악기인 젠비 연습을 하고 있다.
유태평양군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전통 타악기인 젠비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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